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후원인 인터뷰

꾸준한 '운동'으로 몸도 세상도 움직이고 있는

박이현 님을 만났어요

‘(사회)운동 계속하려면 (몸)운동은 필수’라는 말을 저나 동료들이나 자주 하는데요, 안타깝게도 이를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은 흔치 않답니다. 이 운동도 그 운동도 즐기는 사람 하면 제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분이 계십니다. 문화연대 활동가이자 사랑방 후원인이신 박이현 님을 인터뷰로 모셔봤습니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문화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이현입니다." 보통은 이렇게 저를 설명하는데요, 그럼 ‘문화연대는 뭐 하는 단체예요?’라는 질문이 매번 따라오더라고요.((웃음)) 문화연대는 단순히 문화를 방법론이나 활동 영역으로 삼는 걸 넘어서 ‘문화 사회’라는 지향을 가진 활동가 단체예요. ‘제도’만 바뀐 체제가 아니라 ‘삶과 체제’ 모두를 함께 바꾸기 위한 활동들을 하죠. 예술인 권리라거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반대투쟁 같은 활동뿐 아니라, 문화 정책이나 문화기관을 모니터링하고 또 대안적인 문화 정책을 제안하기도 해요. 사회운동에서 문화적인 영역에 대한 고민과 실천도 이어가고 있고요. 워낙 다양한 활동을 하다 보니까 뭘 하는 단체인지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점을 늘 겪고 있는 한편으로, 또 그런 다양성이 문화연대의 힘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종종 해요. 학생일 적에 문화연대 소식지를 통해 활동을 지켜보며 제가 처음으로 후원하게 된 단체인데, 이렇게 활동가가 되어버렸네요.

 

인권운동사랑방(이하 ‘사랑방’)은 어쩌다 후원하게 되셨나요?

사랑방은 학생운동, 그러니까 사회운동 처음 접할 때부터 이름을 들어봤고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사랑방의 의사결정 과정이 되게 신중하고 토론을 많이 한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됐는데, 그래서 멋진 입장들이 나오는구나 싶었죠. 사랑방의 활동이나 입장 말고도 문화연대 다른 활동가들로부터 사랑방의 운영방식 등등에 대해 이야기를 종종 들었어요. 밥을 같이 해먹는 것도 그렇고, 활동비 같은 경우도 외부 지원금을 받기보다는 후원으로 해결하고 또 모든 활동가가 똑같이 1/n을 나누는 그런 문화를 계속해서 지향하고 실천하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후원은 그냥 ‘내가 사랑방을 후원하지 않고 있었구나’ 깨닫고 했던 것 같은데, 그래도 딱 계기가 된 건 기후운동하면서 만난 사랑방 활동가들이었어요. 기후위기비상행동부터 기후정의동맹, 그리고 9월 기후정의행진> 집행위원회에서 정록, 가원과 함께하며 두 분이 아주 멋있다고 생각했죠. 사실 단체만 보고 후원까지 하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보단 활동가 개인이 가진 매력이 후원을 결심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저희가 처음 연락을 나누게 된 계기도 기후정의행진이었던 것 같네요. 기습 질문. 이현 님께 ‘기후정의행진’ 혹은 ‘기후(정의)운동’이란?

사람마다 기후운동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다 다를 텐데, 저는 기후운동에서 사회운동의 가능성을 봤어요. 물론 기후위기 자체가 되게 중요한 이슈이기도 하지만 간만에 다양한 사회운동의 영역들이 교차하는 장이 마련된 것 같았고, 또 대중운동으로서의 가능성도 봤어요. 사실 제가 집행위 활동을 했지만, 작년 요구안 기억나는 게 하나도 없어요. 그런데 동료들과 함께 길에서 걸었던 감각, 함께 외쳤던 구호들은 똑똑히 기억나거든요. 꽤 많은 사람들이 그러지 않을까 싶어요. 여기서 얘기하고 싶은 건 그래서 요구안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요구안과 같은 메시지만큼이나 이 행진에 나온 우리가 무엇을 느끼는가가 되게 중요한 것 같다는 거예요. 그래서 어떤 슬로건을 위한 수단으로써 행진이 배치되는 게 아니라 어떤 부대끼는 장면들, 거리를 점령해 보는 소중한 감각의 경험으로 남았으면 해요. 특히 기후정의행진을 통해 기후운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알고 있어요. 다양한 사회문제, 다른 사회운동에도 더 많이 관심을 갖게 하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그런 큰 역할을 기후정의행진이 잘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어떤 활동을 하고 계세요?

문화연대 활동들은 대부분 위원회 중심으로 진행되는데요, 저는 <대안체육회>에서 스포츠권과 관련된 활동과 <문화정책위원회(이하 ‘정책위’)>에서 문화 관련 기관들을 모니터링하는 활동 등을 하고 있습니다. 정책위 활동은 올해 처음이라 아직은 따라가는 중이지만요. 활동 방식(?)이 다양하네요. 문화연대는 사회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이라면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 같아요. 대안체육회처럼 시민들을 직접 만나는 활동을 비롯해서 정책위처럼 법제도를 개선하고 기관과의 거버넌스도 적극적으로 하려고 하고요. 

 

대안체육회 이름에 ‘대안’은 무슨 뜻인가요?

일단 이름은 ‘대한체육회’를 비틀은 이름이에요. 예전에는 체육이 되게 엘리트 스포츠,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보다 경기 성적만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이기도 했고 제도적으로도 선수들의 인권을 지켜주지 못했어요. 그런 점에서 좀 대안적인 스포츠 문화를 만들자는 고민으로 대안체육회가 만들어진 걸로 알고 있어요. 한 몇 년 전에는 스포츠계 미투 사건들이 있었잖아요. 그것과 관련한 연대 활동을 하고 ‘스포츠 혁신위원회’라고 국가에서 만든 거버넌스에 참여해서 혁신적인 제도를 제안하고, 정부가 그걸 받아들이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사회적인 지지는 많이 못 받았어요. ‘그래도 선수들이 성적이 잘 나와야지’라는 논리가 반복되거나 저희가 얘기하는 혁신 정책들에 선수들의 현실을 모르니까 하는 말이라고 반응이 나온다거나… 인권운동하는 사람들이 흔히 듣는 오해나 비난들을 받았죠. 그래서 이게 단순히 좋은 제도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시민들과의 직접적인 접촉면도 더 늘리면서 함께 대안적인 활동의 내용들을 만들어 가야겠다고 고민할 무렵 대안체육회 활동을 하게 됐죠.   

그 활동 중 하나가 <호호체육관>이라고 대학청소노동자들의 스포츠권과 관련된 활동인데요. 처음에는 뭐랄까, 소외된 자들의 스포츠권을 이야기하는 캠페인 영상 정도 만들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거기 담길 내용으로 뭔가를 해보다가 영상 기록보다 이 활동 자체가 되게 의미 있다고 생각해서 프로그램화해서 지금까지 이어오게 됐죠. 그냥 ‘이런 활동들이 필요합니다’라고 얘기할 게 아니라 우리가 그런 활동들을 만들어서 해야겠다는 책임감 같은 것도 생긴 것 같고요.


출처: '문화연대'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호호체육관, 여성 청소노동자의 스포츠권을 실현하다(2023.11.1.)>

 

호호체육관 관련한 에피소드 있을까요?

저희는 외부인으로서 학교에 들어가는 거잖아요. 이 관계에서 뭘 잘 남길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학생 활동가들과 협력해서 프로그램을 구성했어요. 저희가 가졌던 고민과 그들이 가진 고민이 마침 만나게 된 거예요. 예전에 비해 노학연대(노동자-학생 연대)가 좀 많이 단절된 편이지만, 그래도 계속 그런 활동을 이어가려는 의지가 있는 학생 활동가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어떤 투쟁 현안이 있지 않으면 간담회 이상으로 일상적인 사업을 이어가기 어려워하는 상황이라, 호호체육관이 그 계기가 될 수 있겠다는 발견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졸업생들이 크라우드펀딩(모금)을 할 때 노학연대를 위해 돈을 모아 힘을 보탰던 것도 인상 깊었어요.  

또 이게 노동자에게 건강권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문화적 권리로서도 투쟁의 요구 사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노동운동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희망도 갖고 있어요. 특히나 학교 체육관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바로 그곳을 청소하는 노동자들인데 정작 그 시설로부터 소외되어 있다는 사실을 호호체육관 통해 처음 알게 됐어요. 이 활동 함께하는 동료가 말해줬는데, 어떤 청소노동자께서 ‘이번에 새로 온 코치가 너무 잘한다’고 하시더래요. 테니스를 전혀 못 치시는 분인데 계속 거기 청소하고 왔다 갔다 하시면서 그만큼 관심을 갖고 관찰하신 거죠. 그런데 결국 이 프로그램도 사회적인 지지 없이는 힘들겠더라고요. 어쨌든 학교와 용역회사의 협조가 있어야 하니까요.    

 

개인적으로 이현 님 하면 ‘운동애호가(?)’라는 키워드가 떠올라요. 원래도 운동을 좀 좋아하셨나요? 

아뇨, 운동을 좋아하게 된 지는 얼마 안 됐어요. 운동하면서 몸에 대한 미적인 기준이 바뀌었고, 무엇보다 몸의 쓰임이나 감각을 발견했어요. 내 몸이지만 내가 모르는 부분이 되게 많더라고요. 뭐랄까, 활동가로 지내며 무력감을 느끼거나 우울감에 빠질 때가 종종 있었는데 운동하면서 이겨낼 수 있었어요. 제가 대안체육회 활동에 더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운동을 통해 나 자신의 변화를 먼저 경험했기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일종의 믿음이 생겼달까요. 

호호체육관에서 기억에 남는 것들도 함께 땀 흘리며 훈련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진짜 사소한 기억들이에요. 공을 잘못 치는 사소한 실수 같은 걸로 웃게 되고, 또 공을 세게 내리쳐서(스파이크) 그물을 넘기는 되게 사소한 과제 있잖아요. 10번 해도 안 되던 사람이 갑자기 딱 될 때 같이 운동하던 저희 모두가 그 기쁨을 같이 공유하게 되거든요. 그런 사소한 행복감이 늘 있는 거죠. 그래서 막 간증하듯이 운동을 권하고 다녀요.((웃음)) 추천하고 싶은 운동 있으세요? 달리기요. 특별한 준비물 없이 러닝화 하나면 되니까요. 또 자기 속도로 달릴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조금 다른 얘긴데요, <이태원 기억 담기> 활동도 하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이태원참사가 있는 지도 거의 2년이 되어가는데 여전히 많은 추모메시지가 모인다고.

원래는 사회적 참사 관련한 활동을 별로 안 하고 싶었어요. 마음이 힘들 것 같아서요. 그런데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참사가 벌어졌을 당시 문화연대에서 소모임을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그게 기록보존활동이면 좋겠다는 한 활동가의 제안으로 <이태원 기억 담기> 활동이 시작됐고, 저도 거기 함께하게 된 거죠. 참사 현장인 용산 해밀톤호텔 쪽 골목 벽, 저희는 ‘기억은 힘이 셉니다’ 벽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그곳에 사람들이 남기고 간 추모메시지를 아카이빙해요. 초창기엔 한달에 한 번 했는데, 요즘은 두 번씩 하고 있어요. 제일 많이 나오는 메시지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거든요. 처음에는 굳이 여기 멀리까지 와서 상투적인 말만 남기고 가는 건 좀 아쉽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제 메시지를 남기려니까 저도 그 말밖에 안 떠오르더라고요. 너무 많은 말들이 떠오르는데, 그중에서 어떤 말을 해야할지는 모르겠고… 생각해보면 그분들이 여기까지 찾아와서 메시지를 남겼다는 것 자체가 그만큼 마음을 쓰고 위로를 나누고 싶었던 증거인 거잖아요. 가벼운 메시지, 가벼운 마음이라는 건 없구나 싶었죠. 

사실 몇 달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메시지를 남기고 계세요. 이 활동이 결국엔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활동이라는 데에서 책임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이 활동을 통해 다양한 좋은 활동가들을 만날 수 있어서 기분 좋게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슬플 때가 있긴 하죠. 하지만 이 활동은 어떻게 보면 그 슬픔을 함께 이겨내기 위한 활동인 거잖아요. 동료들과 서로 위로하고 또 웃다 보면 제가 걱정했던 것만큼 마음이 매번 무겁지만은 않았어요. 저에게도 나름의 감정적인 보호막이 있었더라고요. 활동가뿐 아니라 학생, 예술가, 직장인도 자원해서 참여하고 계세요. 더 많은 분들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함께할 수 있도록 <찾아가는 이태원 기억 담기>라는 활동도 준비했어요. 저희가 기억 담기를 원하시는 분들의 공동체에 직접 찾아가서 아카이빙 작업도 해보고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거나 낭독회도 하는 거예요. 만약 관심 있으신 사랑방 후원인 분들이 계시다면 편히 신청해주시길!

'찾아가는 이태원 기억 담기' 신청 링크 ▶ bit.ly/withyou_1029

  

─ 문화연대 사무실에서 <이태원 기억 담기> 활동하는 모습 

 

마지막으로 사랑방 활동가들에게 전하고픈 말이 있으신가요?

(손으로 하트♡를 만들며) 사랑합니다.

 

 

<추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올림픽이 한창이었죠. 관련해서 후원인 여러분과 나누고픈 고민이 있답니다. 저(해미)는 올림픽을 좋아하지 않는데요, 일단 고작 며칠 짜리 경기를 위해 자연도 집도 싹 밀어버리면서 수많은 삶이 쫓겨나고 또 경기 실적에 따라 생계 및 생존이 결정되는 선수들은 폭언/폭행 등 온갖 권리 침해를 견뎌야 하는 문제가 생기는 게 싫어요. TV에서는 세상 아무 문제 없다는 듯 경기 장면만 줄기차게 나오고, 이런저런 문제들이 겨우 가시화돼도 다음 경기에서 또다시 ‘대한민국’이라는 이름 아래 열광이 모이기도 하고요. 누가 이기냐, 내 편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과정이자 권리로서 스포츠를 고민하게 됩니다. (그런 맥락에서 스포츠권을 고민하는 이현 님과의 인터뷰가 매우 즐거웠기도 해요.) 여러분들은 올림픽 기간 동안 어떤 감정과 생각들이 드셨을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