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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평등의 힘으로! 가자, 파면까지!

‘될 때까지 모이자.’

지난 2월 15일, 서울 보신각에는 500여 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오랜만에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주관하는 <평등의 힘으로! 가자, 파면까지!> 집중집회가 열리는 날이었습니다. 바람에 휘날리며 물결을 이루는 깃발들, ‘윤석열 파면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 지금 당장!’ 피켓을 든 수많은 사람들의 틈 속에서 위 문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윤석열이 파면될 때까지,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때까지, 그래서 한국사회가 평등이라는 공동체의 원칙과 합의를 이루어낼 때까지- ‘평등’이라는 가치 그 자체보다도 ‘평등의 힘’을 믿는 ‘우리’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보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가 아니었을까 뒤늦게 생각해봅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이 18년 동안 한국사회에 끊임없이 제기했던 문제의식이 있습니다. 차별과 혐오를 방치하고 적대를 강화·이용하려는 정치는 소수자의 삶을 파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결국엔 공동체의 모든 최저선을 무력화시킬 것이라는 점입니다. 모두가 ‘극우 세력’를 쉴 새 없이 우려하게 된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생생하게 겪고 있는 현실이지요. 윤석열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나라, ‘윤석열들’을 상대화하고 최소화해야 하는 긴급한 과제를 안게 된 나라에서 ‘차별금지법’이 품고 있는 변화의 방향은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합니다. 퇴진 광장에서 차별과 혐오, 불평등과 부정의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이유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될 때까지 모이자’는 무책임한 낭만, 혹은 반짝이다 사그라드는 호기는 아닐 겁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차별과 불평등의 최전선에서 공동체의 최저선을 붙잡고 싸워왔던 이들의 절박함에 가깝지 않을까요. “가자, 파면까지! 가자, 평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힘찬 목소리들 속에서, 우리가 언제가 맞이하게 될 변화를 지금 이 자리에서 계속 함께 일구어가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 번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