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강원도 동부전선 양구 22사단 GOP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나 5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을 당하였다. 사건 이후 용의자가 관심 병사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관심 병사 제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시선들은 관심 병사인 임 병장을 왜 GOP에 배치하여 이런 사건이 일어나게 했느냐는 관리의 문제에 초점을 두고 있다. 반면 최근 국방부 앞에서는 한부모 가정의 엄마, 아빠들이 관심병사 제도에 문제제기를 하는 1인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 두 풍경은 관심병사 제도로 드러나는 군의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임을 드러낸다.
관심 병사 제도는 2005년 경기도 연천 28사단 GP에서 일어났던 총격사건으로 8명이 숨지자 위험 병사를 가려내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용어이다. 관심병사는 A, B, C 등급으로 나뉘는데 현재 군에서 관심병사로 구분하고 있는 사람은 전체 군인의 10%가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그 시작점부터 관심병사 제도는 군의 의식 수준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낸다. 군의 관심 병사 분류 기준상으로 보면 동성애자는 A급인 특별 관리 대상으로 분류되고, 한부모 가정이나 경제적 빈곤자는 B급인 중점 관리 대상으로 분류된다. 성적 취향, 가족 형태 등은 이미 여러 차례 발의된 차별금지법에서 차별 금지 사유로 명시된 것들이다. 군 밖의 사회에서는 이미 허물어지고 있는 사회적 편견이 아직 군대 내에서는 병사들을 나누어 관리하는 관료주의적 통제의 장치로 남아 있다는 점은 문제의 심각성을 잘 보여 준다. 군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군생활을 계속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정말 군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를 제대로 파악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관심병사제도이든지 다른 그 무엇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말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관심병사의 구분 기준이 아니다. 10%가 넘는 관심병사가 있다는 말은 달리 보면 일방적인 명령과 복종 강요, 개인의 차이를 무시하는 집단적인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많은 개인이 강제로 군에 묶여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시중에서는 쉽게 사서 볼 수 있는 “태백산맥”, “나쁜 사마리아인” 등을 불온서적으로 규정해 읽지 못하도록 강요하는 군의 의식 수준, 선착순이나 PT 체조 등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집단 체벌의 문화는 사회의 의식 변화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군의 폐쇄성을 잘 보여 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군 생활은 참아야 할 무엇이 되고 말았다. 그러한 폭력적인 상황을 참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결국 ‘관심병사’라는 낙인이 찍히고, 이들은 집단에 피해를 미치는 인물로 간주되어 왕따를 당하는 상황에 놓인다. 결국 관심병사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변화를 따라 가지 못함으로써 일반인을 ‘관심병사’로 만들고 부적응자로 낙인찍는 군이 존재하는 것이다. 사회에서는 누구도 그들을 쉽게 문제 인물로 정의내릴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은 군에서는 문제 인물로 취급됨으로써 자존감에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한 상황을 2년을 참아내야 하는 것은 개인에게는 자존감이 상처받는 인신 구속의 기간이자 폭력에 노출된 시기일 뿐이다. 이러한 군의 시스템과 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면 늘 그랬듯 비슷한 사건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문제의 원인을 개인의 정신적인 문제로 돌릴 것이 아니라 외부의 변화와 개인의 차이를 수용하지 못하는 그들만의 질서와 특수성에서 찾을 때 진정한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이번 사건으로 자식을 잃은 피해 부모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차별과 인권침해를 정당화하는 보호관심병사제도 등 안일한 병영관리의 문제점을 비판하며 군의 변화를 요구하였다. 그러나 한민구 국방부 장관 내정자는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번 사건의 원인을 단순히 “병사들과의 관계에서 인화문제”라고 보고 그 대책에 대한 질의에도 “장병의 정신 전력 강화를 위해서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장관내정자부터 사회의 요구에는 귀 닫고 개인의 정신적인 문제로만 치부하는 현실에서 군의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가 관심병사제도가 아니라 정말 군이 변화해야 할 지점이 무엇인지 주목하고 목소리를 높일 때야말로 군은 ‘참아야 하는’ 인내의 공간을 벗어날 수 있다.
인권으로 읽는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