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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어린이 성폭력 예방과 대책 토론회 발제문

어린이 성폭력, 이대로 둘 수 없다(발췌)

우리 사회에서 날로 증가하고 있는 성폭력범죄는 더 이상 외면하거나 방치할 수만은 없는 심각한 상태에 이르고 있다. 연일 신문지상이나 방송에서 강간, 납치, 인신매매사건이 보도되고 있지만 강간사건의 신고 율이 2.2%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우리에게 알려지는 것은 실제 일어나고 있는 성폭력 중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일반적으로 성폭력은 주로 신체적으로 성숙한 여성에게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최근 9살 때 성폭행을 당하고 21년 후 가해자를 살해한 김부남 사건을 계기로 어린이 성폭행의 심각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 어린이 성폭행이란?

첫째는 신체접촉이 일어나지 않는 성폭행으로서, 말로 희롱하는 것을 포함하여 어린이의 옷을 벗기는 일, 어린이 앞에서 자위행위를 하거나 가해자의 성기를 노출하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

두 번째는 성적 접촉을 하는 성폭행으로서 가해자의 성기를 어린이의 신체 일부에 밀착시키거나 어린이의 입 또는 질, 항문에 가해자의 성기, 손가락, 이물질 등을 삽입하는 것이다. 또한 어린이의 몸이나 성기를 만지는 일, 혹은 가해자의 몸이나 성기를 만지게 하는 것도 이에 포함된다.

세 번째는 돈벌이를 위해 어린이를 음란물에 출연시키거나 매춘행위를 시키는 것이다.


어린이 성폭행에 대한 잘못된 통념

그 중 하나는 어린이 성폭행이 주로 낯선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어린이는 모르는 사람보다는 평소 알고 지내던 주위 사람에 의해 성폭행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성폭력상담소에 들어온 어린이 성폭행 피해 상담사례 중 아는 사람에 의한 피해사례는 75.2%를 차지한다.

두 번째는 성폭행을 당했다는 어린이의 말은 대개 꾸며낸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어린이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꾸며서 얘기하는 일은 거의 없다.

세 번째로는 어린이에게 성폭력을 저지르는 사람은 정신병자나 흉측한 불량배 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해자들의 대부분은 외관상 아무 이상이 없고 사회생활이나 가정생활, 특히 부부생활을 멀쩡히 잘 하는 사람들이다.

네 번째로는 어린이가 성폭행을 당하지 않게 하려면 밖에 나가 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42%가 집(가해자의 집, 피해자의 집, 가해자와 피해자의 공동 주거지)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끝으로 어린이가 성폭행을 당하면 금방 상처가 눈에 띌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린이는 몸에 상처를 입지 않고 성폭행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어린이 성폭행은 평소 안면이 있던 어른이나, 어린이 보다 크고 힘이 센 사람들에 의해 일어나기 때문이다.


어린이 성폭행을 예방하려면

우선 아이들과 성폭행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속을 입은 인형을 보여주면서, 또는 실제로 아이가 속옷을 입었을 때, “옷안의 네 몸은 소중한 부분이니까 다른 사람이 만지면 안돼. 그리고 다른 사람이 자기 옷안에 있는 부분을 만져달라고 해도 만지지 말아야 한다. 또 누군가 기분 나쁘게 느껴지는 접촉을 하거나, 원하지 않는 접촉을 하면 분명하게, ‘안돼요! 싫어요! 라고 말해야한다”라고 가르친다.

두 번째는 가해자가 “우리끼리만 아는 비밀이다”, “말하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면, “싫어요. 비밀로 하지 않을 거예요. 엄마, 아빠가 다 알게 될 거예요”라고 말하라고 주의를 준다.

세 번째 아이에게 “너에게 어떤 어려움이 생겨도 끝까지 보호해줄 테니 부끄러워하거나 무서워하지 말고 곧장 얘기하라”고 일러준다.

네 번째 낯선 사람의 차를 혼자 타지 말 것, 어디 갈 때는 부모나 보호자에게 누구와 함께 어디로 가는지를 꼭 알릴 것, 낯선 사람이 친구를 끌고 가거나 이상한 행동을 하면 즉시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알릴 것, 집에 혼자 있을 때 낯선 사람이 오면 문을 열어주지 말 것, 공공화장실에 가거나 엘리베이터를 탈 때에는 친구나 어른하고 함께 갈 것 등을 확실하게 일러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어린이가 혼자 있을 때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급히 연락할 수 있는 것의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것도 위기 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사회적 차원의 예방과 대처가 필요

어린이 성폭행에 대한 현행법상의 처벌규정을 보면 일반법인 행 법 305조 미성년자의 강제 추행 죄에 의거,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만원 이하의 벌금, 그리고 미성년자의 강제 강간죄에 의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있다. 또한 특별법으로는 아동복지법 18조 5항에 의거, 어린이를 음란물에 출연시킨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단순 강도죄를 징역 5년에 처하고 있는 현행법규정을 감안할 때 경미한 처벌에 그치고 있음을 할 수 있다. 이러한 경미한 처벌 규정 외에 법 운용에서도 피해자에게 불리한 점들이 있다.

사회에서 피해자를 보는 따가운 눈초리와 친고죄라는 규정이 신고 율을 떨어뜨리고 있지만 설령 용기를 내어 신고를 한다 해도 답답하고 억울한 것은 마찬가지다. 피해자인 어린이의 진술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아서 가해자의 정액이나 체모, 지문 등의 물적 증거가 확보되지 않으면 가해자가 범행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한 가해자를 구속, 처벌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또한 피해자가 경찰, 감찰에서 진행되는 수사과정에서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무섭고 끔찍한 일’에 대해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이야기해야 되고 피해 상황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야 하므로 두 번 세 번 충격을 받는 상처가 되풀이된다.

또한 가해자의 위협에 의해서, 또는 자신이 당한 일이 무엇인지 몰라서 얘기를 못하고 있다가 사춘기 이후에 자신이 겪은 일의 의미를 알게 되어 10년, 20년이 지난 지금 가해자를 처벌하고 싶다고 상담소에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고소기간이 6개월로 되어 있는 현행법 체계에서 가해자를 합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란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현재 한국 성폭력상담소를 비롯한 몇몇 단체가 모여‘성폭력 특별법 제정 추진 위원회’를 결성하고 피해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할 수 있는 ‘성폭력 특별법’제정 운동에 나서고 있다.

(최영애, 한국 성폭력 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