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 형사 합의21부(재판장 서재현 부장판사)는 21일 간첩혐의로 구속기소돼 무기징역을 구형받은 한국외국어대 박창희(63, 사학과)교수에게 국가보안법상 기밀탐지수집죄를 적용, 징역7년에 자격정지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박피고인은 국내 유수대학의 중진교수로서 사회적 모범을 보여야 함에도 북한공작원과 접촉, 공작금을 받고 국내정세를 전해준 것등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그러나 국내동향에 대한 문건과 자료수집, 서태수로부터 발해사 책자를 받은 것은 학문적 목적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여 무죄가 인정된다”며 “피고인의 학문연구에 기여한 점과 각종 사회활동에 긍정적 보탬이 된 점을 감안하여 구형량을 최대한 낮추었다”고 밝혔다.

박 교수가 안기부와 검찰에서의 모든 진술은 위축된 분위기에서 나온 거짓진술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수사과정에서 변호사와 가족들과 5차례 접견을 했음에도 위축된 상황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교수는 지난 90년 10월 조총련 소속 서태수(71)씨와 접촉, 서씨로부터 주체사상 교육을 받은 뒤 93년 1월 ㅎ대 박아무개 교수를 서씨에게 소개하고 공작금 명목으로 일화 50만엔을 받는 등 30여차례에 걸쳐 서씨와 접선한 혐의로 지난 4월27일 구속됐다. 당시 안기부는 일본에 다녀온 ㅎ대 박아무개 교수의 신고로 이 사실을 알게됐다고 밝혔다.

한편, 박교수의 가족과 변호인단은 박교수의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를 준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