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대법원 민사3부(주심 안용득 대법관)는 지난해 11월7일, 유가족의 신원권을 인정 국가배상판결을 내린 원심에 불복, 전 치안본부 경찰관 조한경 씨 등이 낸 상고심 판결에서 93년의 고등법원의 판결을 인정, 국가와 강창민 전 치안본부장은 박씨의 유가족들에게 1억7천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원심을 확정, 판결했다. 이 판결의 의미는 유가족의 신원권을 인정한 하급심의 판결을 대법원이 수용했다는 점과 고문피해자의 가족들에게 인격적 법익을 인정한 점이 중요하다. 이에 대법원 판결문을 발췌해 싣는다.
원고 박정기(고 박종철 씨의 부친)등이 87년 1월15일 오후3시경 치안본부로부터 9천5백만원을 받은 것은 위로금 내지 조위금으로 지급된 것이므로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또, 위 금액을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할 것도 아니라고 한 원심의 판결은 정당하다.
기록에 의하면 원심이 취사한 증거관계를 검토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 박처원, 유정방, 박원택, 강민창이 박종철의 고문치사사실을 은폐하거나 또는 박씨의 고문치사에 가담한 범인을 피고 조한경, 강진규 등 2인인 것처럼 축소하는 등으로 그 진상을 은폐하였다고 인정한 것은 정당한 것이다. 그리고 사실관계가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바와 같다면, 피고 박처원, 유정방, 박원택, 강민창의 원심판시와 같은 진상은폐행위로 인하여 박종철 씨의 부모이거나 형과 누이인 원고들의 인격적 법익이 침해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위 피고들 및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들에게 이로 인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원심의 설시이유(편집자주-93.7.2 서울고법 선고 내용 중 '유가족의 신원권 인정' 부분)에는 다소 부적절한 점이 있으나 위 피고들이 원고들에게 위와 같이 진상을 은폐한 행위로 인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결론은 정당하므로 이점에 관한 논지도 이유가 없다.
피고 박처원, 유정방, 박원택이 범인들을 도피시켜 진상을 은폐한 경위, 위 피고들이 부하인 피고 황정웅 등을 지휘·감독하여야 할 지위에 있다는 점, 그밖에 원고들과 박종철과의 신분관계 등을 참작하여 보면, 원심이 인정한 각 위자료액은 적정하고 원심판결에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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