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춘여성과 함께' 한소리회 10년 맞아
매춘문제를 고민하는 이들로 시작된 모임 '한소리회'(회장 문애현, 수녀)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19일 오후2시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조촐한 기념자리를 가졌다. 같은 인간이면서도 울타리 밖에서 살아가는 매춘여성들을 위해 86년 10월 첫발을 내딛은 한소리회는 92년 10월 윤금이 사건 대책위의 중심적 역할을 했으며, 주한미군범죄근절을 위한 운동본부를 발족하는데 힘이 되었고, 95년 경기여자기술학원 방화사건 등의 해결을 위해 노력해 왔다.
이번 행사는 매매춘의 확장과 매춘 여성의 저연령 등으로 심각해져 가고 있는 매춘의 실태를 고민하케 하는 자리였다. 또한 이들 매 춘여성을 위해 위협 속에서도 10년을 꿋꿋하게 버텨온 한소리회의 활동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매춘여성 대다수 결손가정
한소리회의 10년 보고에 이어 고미리암(성적으로 착취당하고 학대받은 여성들을 위한 쉼터) 수녀의 '매매춘과 여성인신매매'에 대한 발표를 통해 우리나라 매춘문제의 실태와 심각성을 짚어볼 수 있었다. 미리암 수녀는 여성이 왜 매춘행위를 하는가에 대해 '돈을 벌기 위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매춘여성들의 배경에 있는 공통점을 살펴본다면 그것이 사실과 다름을 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들은 결손가정, 불안정한 가정 등 기능장애 가족이었으며, 아내구타나 아동학대 등으로 가정폭력이라는 공포 속에서 성장했고, 성적학대와 강간 등을 당했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미국의 경우 매춘여성 중 약 90%가 매춘이전에 성적 학대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우리의 경우 사창가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70% 이상이 그 길로 들어서기 전에 성적학대를 경험했다고 고백했다.
특히 미리암 수녀는 '매춘은 필요악'이라는 의견에 반대하며 "약 1백만 명의 여성들이 매춘업에 관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약 25만명의 여성들이 강간을 당하는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매춘이 사라지면 많은 사람들이 강간을 당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을 반박했다.
직업소개소 인신매매 심각
또한 이에 못지 않게 심각한 문제는 인신매매인데, 직업소개소를 통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현재 일본의 향락산업에 약 1만명의 한국여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매춘을 유지시키는 시스템은 사회 도처에 촘촘한 그물망을 형성하고 있다. 우선 매춘여성을 원하는 '고객'과 포주, 섹스관광조직, 성을 상품화시키는 매체들, 화장실·전봇대·벼룩시장을 통한 구인광고, 포르노와 그 제작자들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충격을 주는 것은 뇌물을 받고 눈감아주는 경찰들이며, 여성에 대한 차별과 특히 미숙련 여성들이 겪는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 등이 그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가족과 10대들을 위한 지원과 상담 그리고 공개 보호소가 필요하며, 포괄적인 성교육과 아동들을 위한 탁아소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영애(전 교회여성연합회 총무) 씨도 "매매춘은 사회의 계급, 계층간의 불평등, 남녀 불평등으로 인해 발생·강화되었다"며 매춘근절의 미래는 결코 낙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매매춘관련법, 아동복지법, 식품위생법, 한미행정협정 등 매춘관련한 현행법을 강화할 것과 단호한 법집행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거리를 나서면 누구나 쉽게 보는 '젊은 여성 구함, 월급 2-3백만원, 침식제공, 무경험자 환영' 이라고 적힌 광고들은 지금도 가출한 젊은 여성들을 유혹하고 있다. 매춘의 문제는 특정 개인의 잘못이 아닌 가난과 차별, 학대, 폭력 등이 나은 결과물임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며 이에 대한 범국민적 대책마련이 시급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발생한 제2의 윤금이 사건 이기순 씨 살해사건 역시 매춘문제의 한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