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날치기에 묻힌 안기부 불법수사

인권협, 김형찬씨 진상조사결과 공개촉구

한국인권단체협의회(상임대표 김승훈 신부, 인권협)는 1월 31일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와 이상수 의원(김형찬군 안기부고문진상조사위 위원장) 앞으로 오는 5일까지 김형찬군 안기부 고문진상조사 결과 공개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보냈다.

인권협은 의견서에서 지난해 12월 24일 구성된 국민회의 진상조사위에 큰 기대를 걸었다면서 “조사과정에서 안기부측의 신뢰하기 어려운 주장 때문에, 현재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 김형찬 씨의 주장이 일방적으로 의심되거나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불법수사에 항의 분신

김형찬(경희대 수원캠퍼스 유전공학과 90학번) 씨는 작년 12월 5일 안기부 직원에 의해 수배자로 오인돼 불법체포 감금된 채 무차별 집단구타 등 가혹행위를 당하던 중 경기도경 대공분실에서 분신을 기도해 하반신 3도 화상을 입었다. 당시 이 사건은 국가보안법 상 고무·찬양죄와 불고지죄 혐의에 대한 안기부의 수사권 확대가 논란이 되는 시점에서 터진 사건으로, 안기부법의 개악 이전에도 불법수사로 인한 인권침해가 위험수위에 달해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건이었다.


국민회의 진상조사단 구성

각계각층에서 노동관계법과 안기부법 개악반대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12월 24일 국민회의는 이상수, 천용택, 추미애 의원 등으로 진상조사위를 구성, 막바로 조사활동에 들어갔다. 당일 오후 경기도 경찰청장실에서 경찰청장등 주요관계자와 김 씨를 불법연행, 구타한 박 실장(당초 김 실장이라 밝혀진 인물)과 피고발인중 1명인 안기부 직원을 접견했다. 이 자리에서 안기부측은 김형찬 씨의 주장이 대부분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불법수사 안했다”

안기부측은 10월경 김 씨의 후배 유신호 씨가 ‘구국의 소리’을 녹취·배포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12월 3일부터 잠복근무를 하던중 김 씨가 큰 가방을 메고 그 집에 들어가는 것을 발견, 수상하게 여겨 연행했다는 것이다. 연행당시 김 씨의 주장처럼 집시법 위반으로 수배중인 이재규(경인총련 의장 직무대행) 씨의 체포영장을 제시한 바가 없고, 미란다 원칙을 고시하는 등 적법성을 갖추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신당6동 파출소로 연행하던 중 그의 가방에 있던 컴퓨터 디스켓 1부를 압수하고, 파출소에서 출력하자 구국의 소리 녹취록등 북한관련 자료가 20여 부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기부측의 상반대는 주장에 대해 김형찬 씨는 한마디로 ‘거짓’이라고 일축했다. 또 그가 메고 있었다던 가방이나 디스켓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두 가지 거짓말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국민회의는 조사과정에서 몇 가지 사실을 밝혀 냈다. 안기부측은 김 씨가 갖고 있던 디스켓 내용을 출력했다고 주장했지만, 조사결과 신당6동 파출소 경찰관은 “연행자의 신원확인을 위해 컴퓨터 워드작업을 한 것은 사실이나 출력작업은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또 일체의 폭력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안기부측의 주장과 달리 경찰관은 “억억하는 비명소리와 함께 구타하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진상조사단은 양측 주장이 다른 점에 많아 분명한 규명이 있어야 한다며 조사발표에 신중을 기했다. 그리고 이틀 뒤 노동법․안기부법 날치기통과로 소용돌이 정국 속에 김형찬씨 사건 진상조사는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그리고 진상조사단이 조사작업에 들어간지 한 달이 흐른 지금, 국민회의측은 표면적으로 중단상태이다.


반드시 진실 밝혀내야

이미 김형찬씨와 인권협 등은 안기부장을 포함한 수사관 6명을 서울지검에 고소․고발조치를 취해놓은 상태이다. 안기부법의 날치기통과로 국민에 대한 인권침해가 크게 우려되는 속에서 김형찬 씨의 사건은 반드시 풀어야할 숙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