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5년 '부여간첩' 김동식을 만나고도 신고하지 않았다는 혐의(국가보안법 상 불고지죄)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함운경(35) 씨에게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12일 서울고등법원 항소7부(재판장 곽현수 부장판사)는 함 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던 1심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곽현수 판사는 "김동식의 진술이 오락가락하는 등 일관성이 없어, '함 씨에게 자신의 신분(간첩)을 밝혔다'는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며 불고지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이 끝나자 홀가분함을 표시한 함운경 씨는 "아직도 정확한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김동식의 허황된 진술만 가지고 자의적으로 혐의를 적용한 공안기관이 개탄스럽다"며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면 민사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95년 김동식 사건과 관련, 간첩 혐의로 구속됐던 박충렬, 김태년 씨가 이미 간첩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고, 불고지 혐의로 구속됐던 함운경 씨 역시 이날 무죄선고를 받음에 따라 당시 "당국의 수사는 공안정국을 조성하기 위한 억지"라고 주장하던 재야·시민단체들의 주장이 옳았음이 확인되고 있다.

한편, 함 씨와 같은 불고지 혐의로 기소돼 올해 대법원에서 유죄확정 판결을 받았던 허인회(국민회의 당무위원) 씨도 현재 재심청구를 검토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