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특례자라는 신분을 약점 잡아 노조를 말살하려는 벤처기업이 있다.

(주)멀티데이타시스템(대표 이태호) 노동조합(위원장 이상호)은 3일 "단체교섭이 결렬됨에 따라 노조가 노동쟁의조정신청을 내자, 사측이 병역특례라는 노동자들의 신분을 악용해 병역특례업체 철회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 노조 조합원 15명 가운데 병역특례자는 모두 9명으로 특례업체 철회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병역특례자들이 모두 회사를 떠나야한다. 또 이들은 일정기간 내에 다른 병역특례업체에 재취업하지 못할 경우 군에 입대해야 하는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다.

지난 2월 결성된 노조는 실질적인 노조활동 인정 및 고용안정 보장, 저임금․과노동 해결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단체 교섭을 벌여왔다. 그러나 10차례에 걸친 단체교섭은 모두 사장의 거부로 결렬됐으며 이에 노조는 지난달 27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신청을 냈다. 노조의 쟁의조정 신청이 있자 회사측은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병무청에 병역특례업체 철회를 신청했다.

이상호 위원장은 "나를 비롯해 핵심노조간부 6명이 병역특례자"라며 회사측의 행위는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한 부당노동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3일 '병역특례업체 철회신청'의 철회를 요구하는 구제신청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제기했으며, 다음주 중 노동위원회의 결정여부에 따라 쟁의행위에 돌입할 계획이다.

민주노총의 문영만 부산지역본부 본부장은 "사측이 병역특례업체 철회를 신청하는 이유가 노동자들을 탄압하기 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병무청이 제대로 된 조사 없이 병역특례업체 철회신청을 받아들이는 것이 문제"라며 "병무청의 신중한 자세와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관 파견으로 사업장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멀티데이타시스템 노동자들은 수습 3개월 임금이 40만원, 입사 2년차 임금이 65만원에 불과한 저임금을 받아왔으며, 연장근로가 관행으로 굳어져 '월요일에 출근해서 토요일에 퇴근'하는 등 극도의 초과노동에 시달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