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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도네시아 서파푸아의 살해사건

국가인권위, ‘인권탄압’ 보고서 제출


인도네시아 최동단 서파푸아(WEST PAPUA, 인도네시아 명 이리안 자야)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뉴기니아섬 서쪽에 있는 인구 200만의 서파푸아는 수 백년 동안의 식민지배를 받은 슬픈 역사를 지녔지만 외부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15세기 초엽 서구 무역상과 선교사들을 통해 알려진 서파푸아는 그 후 약 350년 간 네덜란드와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다가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독립국가 건설을 추진했다. 그러나, 1962년 인도네시아 침략에 이어 1968년 유엔의 병합승인 후 서파푸아는 인도네시아의 한 주로 편입됐다. 수하르토 사후 인도네시아는 서파푸아의 자치를 허용한다고 발표하고, 동시에 수 천명의 군대를 증강 배치시켰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발생한 아베푸라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2000년 12월 7일 서파푸아의 수도 자야푸라 근처 대학도시인 아베푸라에서 두 명의 경찰과 한 명의 경비원이 살해되었다. 지역 경찰은 이 사건을 이 지역 무장독립운동 단체인 ‘파푸안 고지(Orang Pegunnungan Tengah)의 소행으로 단정하고, 보복을 시작했다.
경찰은 대학 기숙사를 한 밤에 급습하는 한 편, 다른 지역 고지 독립운동단체 대원들을 검거한 후 고문하고 구타했다. 그 결과 한 명의 학생이 총상으로 죽고, 두 명은 구타에 의해 사망했으며, 십 여명의 학생이 부상을 당했다.

인도네시아 국가인권위원회는 올해 초인 지난 1월9일 아베푸라 사건 조사를 위한 조사위원회를 설립을 결정하고, 2월 6일에 4월 5일까지 활동기한을 정하고 조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조사위원회는 조사 초기부터 경찰과 관계당국의 강력한 저항을 받았다. 인도네시아 인권정의부(Justice and human Rights Ministry)는 공문을 보내 위원회의 조사는 불법이며 지방경찰서장은 조사에 협조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갖은 노력 끝에 조사시한을 한 달 연장시킨 위원회는 결국 피해자 51명과 경찰 39명을 포함한 100명 이상의 피해자 조사를 마치고, 4월 20일 보고서를 통해 아베푸라에서 심각한 인권 탄압이 있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의 국가인권위원회 및 전세계 여러 인권단체들은 아베푸라 사건을 인도네시아 인권법정에서 다루도록 여러차례 권고해왔으며, 인도네시아의 법무장관(Attorney General)은 7월 중순까지 심리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2000년 11월 개정된 법규에 따라 현재 마카사르에 신설중인 인도네시아 인권법정이 이 사건을 다루게 되기까지는 재판관 지명 등을 비롯한 여러 문제점들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

아베푸라 사건의 의의는 이 사건이 신설된 인도네시아 인권법정이 직면할 최초의 사건이라는데 있다. 이 사건 심리를 통해 또한 현재 인도네시아 정부당국에 의해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는 끔찍한 범죄들을 재조사하고 그 책임을 물어 이런 비극적인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군부와 경찰의 불법행위와 살인에 반대하는 결단을 보여줌으로써 정부의 인권보호에 대한 헌신을 굳건히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