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반대연대’, 지문원지 반환청구인 모집 중
17세 때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기 위해 동사무소에 가서 무심코 찍었던 열 손가락 지문. 그러나 이때 ‘열 손가락 지문이 찍힌 신청서 원본'(십지지문원지)이 경찰청에서 보관되어 활용된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경찰로부터 십지지문원지를 반환받으려는 운동이 벌어져 주목을 끈다. 지문날인거부자모임, 주민등록법개정행동연대 등으로 구성된 ‘지문날인 반대연대’는 지난달 28일부터 경찰이 보관하고 있는 십지지문원지에 대해 반환 또는 폐기를 요구하는 청구인을 모집하고 있다.
이들은 “국민이 제공한 십지지문의 원지가 수시로 범죄수사의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이는 만17세 이상의 국민 전부를 잠재적 예비범죄자로 상정하여 모든 국민을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수사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지문날인 반대연대에 참여하고 있는 윤현식 씨는 “국민들은 신분증 발급을 위해서 지문을 제공했을 뿐”이라며, “그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라고 허락한 적도 없고 고지받은 적도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약 1백여 명이 십지지문원지 반환 청구인으로 신청을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윤 씨는 “지문날인제도의 문제점이 잘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 정도는 적지 않은 숫자”라고 평했다. 이어 “지문날인 제도의 문제점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국민들도 일단 문제점을 느끼면 좌시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지난 1일 전남대학교에서 다큐멘터리 ‘주민등록증을 찢어라’가 상영된 후, 관람객 40여 명 중 22명이 즉석에서 청구인으로 신청하기도 했다. ‘주민등록증을 찢어라’는 지문날인을 거부했었던 서울영상집단 이마리오 감독이 경찰서에서 지문을 찍을 수 밖에 없었던 경험을 토대로 지문날인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작품.
이 소식을 접한 경찰청 과학수사과 지문계 관계자는 “지문은 비록 개인의 것이지만 일단 지문을 찍게 되면 십지지문원지는 공문서가 된다”며,“개인이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공문서에 대해 폐기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지문날인 반대연대는 오는 9일까지 십지지문원지 반환 또는 폐기 청구인을 모집한 후, 다음주 중으로 경찰청에 민원을 제기할 예정이다. 경찰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때 행정소송까지 간다는 것이 이들의 굳은 결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