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의문사위 위원장실 농성돌입
17일 의문사 유가족들이 의문사진상규명위(아래 위원회) 위원장실에서 위원장의 퇴진과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법개정을 촉구하며 농성에 돌입한 가운데, 위원회 내부에서조차 “법개정 요구에 귀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위원회 황인성 사무국장은 “위원회에 대한 유가족들의 불신이 극에 달했다”며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어렵게 말을 뗐다. 황 사무국장은 “지금은 관련 국가기관의 자발적 협조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선 과거의 불행을 명확히 조사해 비극이 재발되는 걸 막자는 시대적 과제에 부응할 수 없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황 사무국장은 △통화내역․금융거래조회 같은 방증자료의 확보 불가능 △허위진술 처벌 불가능 △양심 선언자에 대한 보호장치 부재 등 “현행 법률 테두리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말로 유족이나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며, 그 한계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법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이은경 사무처장은 “앞으로 많은 사건들이 의문사가 아니라고 기각될 조짐이 보인다”며, “제기되는 의혹을 충분히 조사하지 않고 시한에 쫓겨 사건을 종결지으면 나중에라도 진실을 규명할 여지가 없어진다”고 깊은 우려를 표했다.
유가족인 허영춘 씨는 “법에 한계가 있으면 개정을 해서 철저히 진실을 규명하라고 요구해 왔는데, 위원회는 이를 줄곧 묵살했다”며 농성의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