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회사권력, 조합원들의 양심의 자유 억압
발전파업 두 달이 되어 가는 23일, 명동성당의 오후는 고즈넉했다. 이번달 초까지만 해도 전경들에 의해 둘러싸여 24시간 출입을 통제당하며 느낄 수 있었던 살벌함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마치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며... 하지만, 파업대오 대부분이 현장에 복귀한 현 시점에서도, 이호동 위원장 등 발전노조 간부들은 명동성당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곳에서 김주헌 당진화력 지부장을 만났다.
"파업이 중단된 거죠. 종료된 것은 아닙니다." 김 지부장이 꺼낸 말머리였다. 파업을 지속시킬 수 있는 동력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파업종료를 선언할 수 없는 발전노조 지도부의 고뇌가 엿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3백48명 해고, 8백94명 고소, 2백3십억여원 가압류, 복귀자에 대한 '파업불참' 서약서 강요 등 발전회사 쪽은 일단 투쟁의 기세가 꺾인 발전노조를 노골적으로 탄압하고 있었다.
김 지부장에 의하면, 고소당한 8백94명은 파업 직전 근무한 후 업무 인수인계를 하지 않고 파업에 참가한 자, 파업 당시 불법연행된 후 복귀서를 쓰고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자 혹은 노조 상임집행 간부다. 쉽게 얘기해 회사에 '미운털이 박힌' 자들이다. 이들은 경찰 조사와는 별도로 회사 쪽으로부터 1대1로 감사를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일일이 '파업투표 당시 찬성표를 던졌는지, 앞으로 파업에 참가할 것인지'에 대해 답변을 강요받았다고 한다. 회사 조직의 거대한 권력 앞에 조합원 개개인의 양심의 자유가 짓밟혔던 것.
"회사측이 심한 탄압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인사권, 징계권, 감사권 등 물리력을 동원해 현장을 최대한 통제하고, 조합원들 사이에 파업무용론, 노조무용론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파업 당시 노조 위주의 분위기였던) 현장을 회사 위주로 이끌어 가려 하고 있지요." 현 상황에 대한 김 지부장의 진단이었다.
하지만 발전노조는 꺼져가는 투쟁의 불씨를 다시금 지피고 있었다. 지난 18부터 5일간 발전노조 해고자 원직복직을 위한 전국순회투쟁을 전개했다. 23~24일에는 용인 흥국생명 연수원에서 해고자 수련회를 열고 「발전노조 해고자 원직복직 투쟁위」 건설을 꾀한다. 이러한 여세를 몰아 오는 세계노동절을 기점으로 조직력 복원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 공공연맹 및 기간산업범대위와 함께 교육사업을 기획하고 있고, 회사 쪽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법적 투쟁도 준비하고 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김 지부장의 핸드폰은 간간이 울렸다. 비록 몸은 명동성당에 묶여 있어도 현장과의 긴밀한 의사소통은 항시 이루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5월 말까지 제2파업을 위한 조직역량을 만들 것이라는 발전노조의 계획은 명동성당의 고요함 속에서 꿈틀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