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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국보법 위반 전력자, '봉'인가

대법원․용역업체, 해고 뒤 문제 불거지자 복직통보

대법원의 한 용역직원이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 때문에 해고됐다 엿새만에 다시 복직 통보를 받는 등 자의적인 인사 횡포에 시달렸다.

지난 30일 시설관리 용역회사인 (주)명호종합기술개발(아래 명호 개발) 직원 최대엽 씨는 회사측으로부터 채용취소 통보를 받았다. 신원조회 결과 최 씨가 과거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있다고 대법원 행정처 관리과가 회사측에 통보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29일 최 씨는 신원과 관련해 대법원 관리과로부터 '사면복권은 됐지만 노동단체와 관련된 사안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최 씨는 97년 한국노동청년연대라는 노동단체 활동 중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으며 99년 사면 복권된 바 있다.

명호 개발의 모든 신입사원들은 입사할 때, "신원조회 결과 이상이 있는 자는 채용을 취소하는 경우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서약서에 서명을 해야 한다. 회사 측은 이를 근거로 최 씨의 해고를 정당화했다.

이와 관련, 최 씨는 지난 달 26일 결성된 시설관리노조 명호개발 지부장이어서 최 씨의 해고가 노조 탄압의 일환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편, 6일 낮 4시 30분께 대법원 행정처 관리과 관계자는 "신원 조회 결과를 회사 측에 통보하긴 했지만 내보내라고 한 건 아니"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이어 그 관계자는 "이미 사면 복권이 됐다면 개인의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을 회사 측에 알릴 필요가 없지 않았냐"는 질문에 "뭐라고 말하기가 그렇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이어 5시께 회사 측 관계자는 "대법원 쪽에서 신원에 결격 사유가 있다고 통보해 와, 채용을 취소한 것"이라며 "대법원 출입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쪽 의견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회사측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복직시키라고 하면, 수용할 거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그런데 이로부터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각, 최 씨는 회사 측 팀장으로부터 복직 통보를 받았다. 회사측 관계자는 "대법원 쪽에서 '계속 일을 시키라'고 연락이 와서 관리사무소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최 씨의 해고가 예상 외의 파장을 일으키자 이에 놀란 대법원과 회사 측이 부랴부랴 방침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최 씨는 "다시 일을 하게 된 건 다행이지만, 자기들 멋대로 그만두라고 했다가 다시 나오라고 하는 건 분명한 횡포"라며 "내가 당한 인권침해에 대해 회사와 법원 측에 명확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