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교통수단'이라 자랑하는 고속철도가 장애인들에게는 현실이 아닌 '꿈'에 불과한 무용지물로 드러났다. 고속철도가 개통한 지난 1일 휠체어 장애인 20명이 고속철도에 탑승하려 했지만, 휠체어 사용석이 2개 밖에 없다며 철도청은 2명을 제외한 18명의 탑승을 막았다. 고속철도 1편당(전체 935좌석) 휠체어사용석은 2개 밖에 없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공동기획단(아래 420기획단)은 2일 서울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승차를 거부한 것에 대해 철도청장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장애인에게 무용지물인 고속철도에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 분명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좌석의 부족뿐만 아니라 휠체어를 고정시키는 장치가 전혀 마련돼 있지 않아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휠체어사용석은 특실인 2호차 맨 마지막 줄의 의자 2개를 빼내고 빈 공간에 만들어질 뿐이다. 또 장애인 화장실은 수동휠체어가 회전할 수 없을 정도로 좁아 출입문도 닫을 수 없으며, 전동 휠체어는 아예 들어갈 수조차 없다. 따라서 휠체어 장애인 혼자서는 사용할 수 없는 상태이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장애인 20명이 또다시 승차를 시도했지만, 철도청이 동원한 철도공안과 경찰이 개찰구를 가로막아 장애인들은 승차할 수 없었고, 끝내는 승차권을 반환해야했다. 장애인들의 탑승시도와 이를 막는 철도청의 태도를 지켜보던 시민 조인형 씨는 "애초에 장애인들도 충분히 탈 수 있게 만들어야 했다. 장애인은 못타라는 법이 있느냐? 입장을 바꿔서 한번 생각해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부족한 좌석에 대해 강길현 고속철도계획과장은 "애초 (휠체어사용석) 설계가 2석 이었고, 프랑스와 계약당시 우리가 설계를 바꿀 수 없게 돼 있었다"며 "합리적으로, 지금 당장 어떻게 고칠 수가 있느냐?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경석 420기획단 공동대표는 "프랑스와 계약은 중요하고 장애인 인권은 아무 것도 아니냐?"며 "고속철도를 준비한 것이 10년이 넘었다. 처음부터 고속철도 만들 때 장애인의 요구를 얼마나 하찮게 여겼는지를 말해준다. 그 합리성은 귀 막고 있다가 '배째라'식 합리성"이라고 받아쳤다.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은 고속철도는 장애인들이 일상적으로 느끼는 수많은 차별에 또 하나의 차별을 더했다. 420기획단 윤두선 공동대표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란 것이 사회곳곳에 너무 많기 때문에 당연한 것, 운명이라고 생각할 지경이다. 정부가 앞장서서 또 차별을 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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