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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정부가 나서 집 장사하는 나라

"원가 공개는 장사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
며칠 전, 노무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이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주택 분양원가 공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천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열린우리당이 "공약대로"와 "백지화"에서 오락가락하는 사이, 대통령이 아예 쐐기를 박고 나선 것이다. 대통령의 귀에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집 값과 전세금에 깊어 가는 집 없는 사람들의 한숨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보다. 대통령의 눈에는 쪽방에서 찜질방으로, 찜질방에서 다시 거리로 떠돌아 다녀야 하는 사람들의 불안한 잠자리가 보이지 않는가 보다. 타워팰리스와 비닐하우스촌이 공존하는 이 기막힌 현실이 보이지 않는가 보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영업의 자유와 개발사업을 통해 이윤을 챙길 건설업자들의 권리뿐이란 말인가.

건설업자들이 조직적 담합을 통해 분양가를 '뻥튀기'함으로써 잇속을 챙겨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올해 서울의 동시분양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는 무려 1305만원. 99년 분양가 자율화 조치가 실시된 이래 서울의 평당 분양가가 2배씩이나 상승했다는 것도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 사이 함께 치솟는 전세금에 집 없는 사람들의 허리는 더욱 휘고, 쪽방조차 구하지 못해 거리로 나앉는 사람들도 늘어갔다. 그럼에도 사업 이윤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말인가.

더구나 대통령이 국민의 주거권 보장을 위해 존재해야 할 주택공사를 두고 이런 말을 했다는 데 이르러서는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설립된 주택공사가 또다시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 이윤을 남겨온 구조가 옳다는 것인가. 주택공사가 주거환경개선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살던 사람 내쫓아 새 집 짓고 웃돈 얹어 팔아 이윤을 독점해 온 것이 옳다는 것인가.

집은 상품도, 재산 축적을 위한 투기 대상이어서도 안된다. 누구에게나 안전하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적절한 주거공간은 필요하다. 주택공사는 국민들 주머니 털고 가난한 사람들 울려 '장사'할 생각을 할 것이 아니라, 집 없는 사람에겐 집을 제공하고 모두가 그냥 집이 아닌 '살 만한 집'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필요한 경비는 부자들과 살지도 않을 집 사들여 투기하는 사람들에게서 마땅히 받아내야 할 세금을 거둬들이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