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되는 주거 불평등, 우리는 절망합니다.
모두가 ‘부동산’을 이야기합니다. 부동산에 대한 욕망을 말하거나, 부동산으로 인한 절망을 이야기 합니다. ‘집’이 ‘부동산’으로 호명되는 사이, 우리의 안정된 삶의 자리여야 하는 ‘집’은 ‘짐’이 되었습니다.
아파트 값이 ‘억’ 소리를 내며 천정부지로 올랐다는 뉴스, “집은 ‘사는 곳(live)’이 아닌 ‘사는 것(buy)’”이라며 기회를 붙잡으라고 유혹하는 광고, 집값이 떨어진다면서 “5평 빈민아파트 결사반대”를 외치며 임대주택 님비를 노골화하는 구호에 우리는 절망합니다.
집을 사고 팔고, 세입자 갈아 치우기를 반복하며 불로소득을 편취하는 이들에게 온갖 세제 혜택을 주는 한편, “방 빼!” 한마디에 2년마다 짐을 싸야하는 세입자들의 봉인된 권리에 우리는 분노합니다.
20억짜리 아파트에 살면서 매년 48만원의 종합부동산세를 ‘보유세 폭탄’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을 보면서 지(하)·옥(탑)·고(시원) 방 한 칸에 매년 5~600만원의 월세를 내기 위해 삶이 저당잡힌 우리는 절망합니다.
집을 10채 넘게 가진 ‘집 부자’가 3만8천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사이, 창문 없는 고시원의 먹방을 탈출하지 못해 화마로 죽는, 주거 불평등의 헬조선에서 우리는 절망하고, 분노합니다.
주거불평등 정치를 심판합시다.
민의의 대표를 선출하는 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60여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정치권에서 ‘부동산’ 문제의 해결책으로 ‘투기 규제의 완화’를, 집을 소유한 이들과 소유하고자 하는 이들을 대변하겠다는 정책들을 말하고 있습니다. 주택 소유 여부와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우리의 ‘주거권’은 어디에서 이야기되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단 15%만이 무주택자인 20대 국회는 집을 소유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고통 받는 무주택 세대들을 전혀 대변하지 못했습니다.
정치가 우리의 삶을 바꿔줄 것이라는 기대는 실낱같기만 합니다. 하지만 절망하고 외면할 수만은 없습니다. 다가오는 4월 15일 21대 국회의원 선거는 현 정부 임기 내, 주거권의 전진과 후퇴를 결정하는 중요한 가늠자가 될 것입니다.
선거가 목전에 닥치자 도심 내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해서 주택 공급을 늘리자는 개발 공약들이 남발되고 있습니다. 보수 야당 뿐 아니라 종부세 대상 주택 비율이 높은 지역의 여당 의원들까지 보유세 완화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염치조차 없습니다.
도심 내 멀쩡한 집을 부수거나 새로운 도시를 만들어서 ‘저렴하게 집을 구매할 수 있게 해 주겠다’는 부동산 공약들은 나오고 있지만, 이사 걱정 전월세 걱정에 시름하는 세입자들, 생명과 존엄을 위협받는 취약한 거처에 살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주거 공약은 실종됐습니다.
이대로 두고 볼 수 없습니다. 21대 총선, 주거 불평등과 투기를 조장하는 정치를 심판해야 합니다.
우리는 요구합니다.
21대 국회, 우리는 ‘집’이 ‘짐’이 되는 절망의 시대가 아닌, ‘집’이 ‘권리’로 보장받는 새로운 시대를 요구합니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 하나, 자산 양극화 해소를 위한 부동산 불로 소득의 철저한 환수를 요구합니다. 개발이익 환수, 보유세 강화, 등록임대주택 사업자에 대한 양도세 감면 등 특혜를 폐지해야 합니다.
△ 하나, 공공임대주택 확대 및 주택 매매시장 개혁을 통한 주택 가격 안정을 요구합니다. 전체 주택 재고의 20% 이상으로 공공(사회)임대주택을 확대하고,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의 전면 확대 및 투기 규제 강화를 통해 집값을 안정시켜 합니다.
△ 하나, 21대 국회 개원 즉시 세입자 보호를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요구합니다. 전월세인상률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계속거주권)을 도입하고,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부적절한 주택과 불법주택에 대한 임대를 규제해야 합니다.
△ 하나, 저소득층의 주거복지 강화를 요구합니다. 주거급여의 지급 대상 및 보장성을 강화하고,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사업의 공급 물량과 지원주택 등을 확대해야 합니다. 비적정 주거에 대한 주거·안전 기준을 마련하고, 쪽방지역에 대한 공공 주도의 주거 환경 개선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다양한 주거 복지 프로그램이 가난한 이들의 삶에 다가갈 수 있게 주거복지 전달체계를 강화해야 합니다.
우리는 요구합니다. 투기를 조장하고 주거권을 가로막는 이들은 21대 국회의원 후보 공천에서 배제해야 합니다. ▲부자감세 찬성, ▲ 다주택 소유, ▲공공임대주택 반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에 반대하는 후보자를 정당 공천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합니다.
삶의 변화를 위해, 우리의 주거권에 투표합시다.
우리의 삶을 바꾸기 위해, 정치를 바꾸는 실낱같은 기대를, 집 걱정하는 시민들과 함께 키워가겠습니다. ‘부동산’이 아닌 ‘주거권’으로의 변화를 위해, 21대 총선주거권연대를 시작합니다. 21대 총선, 주거불평등을 심판하고, 우리의 주거권에 투표합시다.
2020. 2. 13
총선주거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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