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노조활동에 대해 검찰이 '공갈협박과 금품갈취' 등의 혐의를 씌워 인권침해가 발생했다며 '건설일용노조 공안탄압분쇄와 원청 단체협약 인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했다. 9일 공대위는 검찰의 '기획수사'로 건설일용노조 집행부가 구속·수배된 데 이어 수사과정에서 표적수사 및 진술 유도, 조작이 자행됐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지역건설일용노조 조합원 19명에 대한 구제를 요구했다.
지난해 10월 검찰은 △하도급 회사 소속인 건설노동자들이 교섭대상이 아닌 원청회사에 교섭을 요구했고 △노조 활동가가 사측을 산업안전보건법과 근로기준법 위반 등으로 고발하겠다고 협박하면서 단체협상 체결을 요구했으며 △노조 전임비 명목으로 금품을 갈취했다고 주장, 대전충청지역건설노조 조합원 6명(항소심 진행 중)과 천안지역건설노조 조합원 2명(1심 진행 중)을 구속했다. 또 같은 혐의로 이 해 11월에는 경기서부건설노조 조합원 20명에게 소환장을 발부했고, 11명이 수배되어 지금까지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검·경의 노조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당시 검찰과 경찰은 노동자들을 수사하면서도 노동사안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강력계 경찰을 동원하고 노동법이 아닌 일반 형사법을 적용했다. 더욱이 무리한 '짜 맞추기' 식 수사로 검·경의 '기획수사에 의한 건설노조 말살책'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지난 2월 안산노동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7개의 인권사회단체들은 자체조사를 벌여 '지역건설노조사건 진상조사보고서'를 통해 '검·경의 수사는 현실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이는 노동기본권 침해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건설회사와 검찰은 여전히 노조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다. 원청회사가 건설현장일용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노조는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 하지만 경기서부건설노조 김호중 위원장은 전국적으로 268만 건설현장 노동자 중 80%가 비정규직인 상황을 감안하면 "건설현장에서는 최소한의 법 집행 주체가 원청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원청업체가 모든 공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진행하고 건설현장 내 대부분의 노동조건, 환경, 복지부분에 책임을 지고 있고 실질적인 고용관계는 하청업체도 아니라 개인인 '오야지(십장)'과 맺고 있기 때문이다.
공대위는 이번 국가인권위 진정에서 △노동사안에 대한 수사기관의 개입을 엄격하게 금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정부에 권고할 것 △검·경의 편파·왜곡 수사에 대해 국가인권위가 진상조사할 것 △'원청의 사용자성 책임 인정'을 법적으로 강제하도록 정부에 권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진정을 계기로 '원청의 사용자성 책임 인정' 결정이 내려진다면 이는 건설부문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간접고용관계에 있는 모든 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 획기적인 결정이 아닐 수 없다. 비정규직노동자가 임금노동자 중 60%가 넘고, 간접고용이 원청의 책임회피 수단으로 이용되는 상황에서 국가인권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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