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사형은 가능한가 - 『 극단의 형벌』
지은이: 스콧 터로/ 옮긴이: 정영목/ 펴낸곳: 교양인/ 266쪽/ 2004년 7월
연쇄살인사건 피의자 유영철 씨가 법정 문턱에 다다르기도 전에 여론에 의해 '사형 선고'를 받고 있다. 잔혹한 범죄가 불러온 충격과 분노는 사형을 반인권적 형벌이라고 생각해온 사람들마저 존치론으로 돌아서게 할 만큼 강렬하다. 때문에 당초 열린우리당이 연내 입법을 목표로 내달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던 사형폐지법안은 거대한 암초를 만나게 됐다.
사형이라는 '극단의 형벌'은 피해자는 죽었는데 살인범을 살려두는 것이 정의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과 사형은 제도의 이름을 빈 살인에 불과하다는 주장의 양 극단을 오가며 뜨거운 논쟁이 있어 왔다. 하지만 우리는 사형제도를 둘러싸고 실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일까? 스콧 터로는 이 책을 통해 도덕적 분노나 종교적 신념 등의 안개에 가린 사형제도의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 보인다. 미국 연방검사보와 변호사로서 활동했던 경험, 그리고 2000년 3월 일리노이주가 설치한 사형개혁위원회에 참여해 2년간 조사활동을 벌였던 경험이 이를 가능케 했다.
저자는 사형 존치론자를 도덕적으로 단죄하지도, 살인범이 살아있는 동안 피해자 가족들이 겪는 공포와 슬픔의 영속을 외면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저자는 사형제도가 가진 수많은 약점들을 짚어내고 자신의 고민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저자는 조심스럽게 되묻는다. 흉악한 범죄가 불러일으키는 비애와 분노가 수사관, 판사, 배심원의 판단을 흐리게 하지 않는가, 경찰과 검찰의 허위자백 강요가 무고한 사형수를 만들어온 현실은 어찌할 것인가, 피해자가 흑인인 경우보다 백인인 경우에 사형이 선고될 확률이 월등히 높고 변호사의 능력이나 사법부의 업무량 등 우연적 요인에 의해서도 사형 여부가 판가름나는 현실은 사형을 통한 정의의 회복이란 불가능함을 보여주지 않는가…. 2년간 그와 함께 사형개혁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이들의 상당수가 사형 존치론자에서 폐지론자로 돌아섰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우리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집행을 기다리는 사람은 58명이다. 여론의 향배에 따라 이들의 생명도 깜빡거린다. 흉악범에 대한 도덕적 분노와 사형제도의 반인간성 사이에서 고뇌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곱씹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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