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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100년간의 매듭 풀려면…

'범국민위원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함께 이루어져야

지난 100년간 은폐·왜곡되어온 국가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인권유린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3일 과거사 관련 피해자 및 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범국민위원회(준)'은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홀에서 '과거청산의 과제와 방향'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전남대 호남문화연구소 정호기 연구교수는 "한국에서 과거청산은 정치체제의 변동기마다 쟁점으로 부상되었지만 정부와 정치세력들의 정략적 이해관계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 제대로 된 과거청산이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연구교수는 "그동안 과거청산과 관련된 위원회의 활동들이 진상규명을 우선적 업무로 두고 있었지만, 가해자가 누구였는가를 밝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도 "국가권력을 잘못 행사한 책임자에 대한 처벌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를 가능하게 했던 법, 제도 등 가해환경에 대한 청산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금까지의 과거청산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보다 '보상'이라는 방법을 통해 대충 마무리되어 온 것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정 연구교수는 "국가가 대중들의 저항을 무마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상법을 활용했다"고 비난하고, "무엇보다 진상규명이 먼저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며, 보상은 신중하게 고려해 개인이 아닌 집단 보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과거청산입법에 대한 논의도 함께 진행됐다. 장완익 변호사는 "그동안 개별 과거청산입법들이 일정한 기준 없어 진행되면서 형평성의 문제 등이 생겼다"며 "과거 문제를 종합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법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김 교수는 "법안통과 이후에도 과거청산에 대한 조사가 실질적인 권한 없이 진행될 경우 하나마나한 것이 되고 결국 정부에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며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적이고 철저한 진상규명 권한을 가진 국가기구가 과거청산 작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 과거청산을 역사학계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과거청산을 역사해석 작업으로 축소시키려는 의도"라고 꼬집었다.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도 "국가가 행한 인권침해를 왜 역사학자에게 맡기냐"고 반문, "국가가 스스로 나서서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더이상 '과거청산'이 정쟁의 도구로 사용되어 무색한 구호로 끝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리고 다시는 국가권력에 의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과거'를 직시하고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인권침해를 '기억'하는 일은 그래서 지금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