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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진실규명과 화해를 위한 전제조건

열린우리당, 과거청산 관련 입법안 발표 … 위원회 권한 강화 우선

13일 열린우리당은 '진실규명과화해를위한입법안'(아래 입법안)을 발표했다. 인권·사회단체들은 일단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지난 100여년 간 국가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인권침해의 진상을 밝히기에는 미흡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우선 입법안은 독립적인 기구로 '진실화해위원회'(아래 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장 1인과 상임위원 4인을 포함 13인으로 구성하고 있다. 그러나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전 상임위원 김희수 씨는 "100년에 걸친 역사적 숙제를 푸는데, 13명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며 "일할 수 있는 조직이 구성되지 않으면 무늬만 과거청산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위원회의 조사범위는 △일제 시대에 왜곡되거나 밝혀지지 않은 항일독립운동 △1945년 이후 이루어진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1948년 이후 공권력 행사로 인한 사망·상해·실종사건 및 조작의혹사건, 그리고 △위원회가 진실규명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사건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범국민위원회(준) 김동춘 상임집행위원장은 "군의문사에 대한 아무런 대책 없이 조사범위에서 빠진 것은 아쉽다"고 지적, 항일독립운동을 포함시킨 것에 대해서는 "과거청산은 근현대사를 정리하는 문제가 아니"라며 "역사학자들이 해야할 부분을 포함시킨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열우당은 위원회가 관련기관이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검찰에 압수·수색·검증 영장 청구를 의뢰할 수 있고, 청문회 제도 도입 등을 들어 종전의 의문사위보다 권한이 강화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김 전 상임위원은 "의문사위의 조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데는 정부기관이 가지고 있는 자료에 접근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라며 "기관장의 소명만으로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해 의문사위와 다를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위원회의 자료 열람권은 100% 보장하고, 국가안전의 문제가 있을 경우 공개여부 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 제출 불응, 조사 기피, 동행명령 거부, 검증 방해 등을 한 자에 대해 2천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그친 것에 대해서도 문제점이 지적됐다.

김 전 상임위원은 "조사 시 진술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과태료 정도로 누가 조사에 응하겠냐"며 "위원회에 권한도 주지 않은 채 조사를 하라는 것은 조사를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범국민위원회(준)는 "가해자들이 수 십 년 동안 은폐해 왔던 일들에 대해 처벌받을 위험도 없는 상황에서 진실을 말하고 용서를 구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공소시효 정지'를 입법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