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학자들이 헌법재판소(아래 헌재) 심판에 나섰다. 28일 민변과 참여연대가 '헌재,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헌법학자들은 "최근 잇단 헌재의 정치적 판결이 권력화로 귀결되고 있다"고 우려하며 "국민주권과 민주주의의 틀 안에 헌재를 묶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관습헌법'을 근거로 신행정수도특별법(아래 특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려 논란이 되고 있는 헌재는 역설적이게도 87년 대통령직선제 등을 요구하며 일어난 6·10 민주화 투쟁의 산물로 탄생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이미 국제인권규약에 위배된다며 여러 차례 폐지 권고를 내린 국가보안법조차 합헌 결정을 내리는 등 국민의 기본권을 지켜야할 헌재가 이를 외면하는 결정을 수 차례 해 왔다.
이에 건대 임지봉 헌법학 교수는 "국민의 인권을 보장해야할 헌재가 정치화되고 있다"고 질타하고 특별법에 대한 위헌 심판에 대해서도 "앞으로 정파간의 정치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 각 세력들이 정치권 내에서 스스로 정치분쟁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아예 시작도 하지 않은 채 서둘러 헌재로 달려올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국민의 어떤 기본권이 침해받는지에 대해 언급도 하지 않으면서 과거청산 관련 법 등 4대 개혁입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헌법 위헌심판을 청구하겠다며 엄포를 놓고 있어 이와 같은 지적이 기우가 아님을 보여준다.
또한 토론자들은 이번 결정을 통해 헌재가 사실상 '헌법개정권'을 행사하게 됨으로써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국회 뿐 아니라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인하대 이경주 헌법학 교수는 헌재가 지금과 같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지 못하게 하기 위해 "헌재에 대한 국민심사제 및 소환제 도입 등의 국민에 의한 직접 통제와 국회에 의한 헌법재판관의 선출 또는 국회추천 몫의 대대적 확대, 국회청문절차의 강화 등을 통한 간접 통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헌법재판관 구성도 "법관 중심에서 헌법학교수나 여성 등 각계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도록 다양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민변 김진욱 변호사는 "헌재 소장이 누구인지,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헌재는 폐쇄적인 공간이었다"며 "민주주의 원리에 헌재를 종속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헌법재판관을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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