엮은이: 이흥재/ 펴낸곳: 사람생각/ 2004년 12월/ 263쪽
'사회권으로 이해되어 온 노동3권을 자유권으로 해석할 수는 없는가?' '단체행동과 쟁의행위는 동일한 개념인가? 단체행동이 상위의 개념인가, 쟁의행위가 더 넓은 개념인가?' '노동3권 중 무엇이 가장 중심적 권리인가? 단체행동권은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과 연계되어야 하는가?'
〈단체행동권은 인권으로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라는 당위적 명제 아래 인권적 논란이 존재할 수 없을 것 같지만, 이흥재 교수(서울대 법학)는 『단체행동권』의 《단체행동권의 법적 구조》에서 위와 같이 다양한 물음을 던지고 자신의 견해를 밝힌다. 이 교수가 제기한 논점과 견해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것이 '단체행동권은 인권'이라는 명제를 이론적으로 풍부하게 설명하고 있고, 나아가 단체행동을 둘러싼 논란에 진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흥재 교수는 노동3권을 사회권으로 바라보는 전통적인 시각에 이의를 제기하며, 국가의 개입이 불필요한 자유권으로 해석할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노동3권 중 단체행동권을 가장 핵심적 권리로 파악하고, 단체행동권은 노조결성을 전제로 또는 단체교섭의 수단으로 제한돼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피력한다. 이에 따라 노조가 아닌 단체와 미조직 노동자들도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 있고, 정치파업은 물론 연대파업도 인정돼야 하며, 폭력·파괴 행위를 제외하고는 쟁의행위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단체행동권』에는 이흥재 교수의 글 외에 정인섭 교수(숭실대 법학)의 《쟁의행위의 정당성 판단기준》, 이승욱 교수(부산대 법학)의 《부당한 쟁의행위의 민사상 책임 제한》, 김홍영(충남대 법학) 교수의 《노동쟁의조정제도의 검토》 등의 글들이 실려 있다. 정인섭 교수가 쟁의행위의 정당성에 대한 해석의 문제를 다룬다면, 이승욱 교수와 김홍영 교수는 쟁의행위 관련 제도들의 정책적 대안을 고민한다.
정인섭 교수는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법원의 주류적 시각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기존 법원의 판례가 단체행동권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이승욱 교수는 부당한 쟁의행위에 대해서라도 손해배상의 집행이 불가능한 노조의 재산을 정하거나 손해배상액의 상한을 정하는 방법으로 손배·가압류 제도의 남용·악용으로 인한 피해의 심각성을 줄이자고 제안한다. 끝으로 김홍영 교수는 필수공익사업장의 쟁의행위를 원천 봉쇄하는 직권중재제도를 폐지하고, 대신 공익보호를 위한 최소업무 유지의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를 신설하자고 제시한다.
한편, 『단체행동권』은 관련 국내 주요 판례 및 국제기준을 모아 놓음으로써 단체행동권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노동에 대한 자본의 통제가 세련화되고 파업을 불법시하는 국민의 인식이 여전한 현실에서, 『단체행동권』은 단체행동을 인권으로 인식하게 하는 다양한 고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파견·도급 등 간접고용으로 인한 단체행동권 침해나 공무원노조·교원노조의 단체행동권 보장의 문제 등에 대해 별도의 집중적인 조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인권하루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