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은 28일 발행될 3000호를 끝으로 고단했던 12년 6개월의 역사를 마무리합니다.
인권운동 역사의 산 증인이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달려왔던 지난 시절, 하루소식은 인권의제를 형성하고 관점을 제시하는 '인권 전문 일간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고 감히 자부합니다. 하지만 하루소식의 발행을 그치기로 한 지금, 우리 사회 인권의 현주소는 남루하기만 합니다. 인권의 언어는 전사회적으로 확장되었지만 국가권력의 폭력성은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여전히 위력을 떨치고 있습니다. 인권의 탈을 쓴 '이권 놀음'은 고통받는 민중의 울부짖음을 외면합니다. 인권운동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던 영역이 새롭게 조명받고 확장되는 지금, 인권전문 매체의 존재이유는 여전합니다.
하지만 변화된 상황은 하루소식에 새로운 역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여러 인터넷 매체의 급성장으로 진보진영의 목소리를 대사회적으로 알릴 수 있는 공간은 더 넓어졌고 그 속도도 빨라졌습니다. 팩스를 윤전기 삼아 속보를 찍어내던 하루소식만의 속보성은 '기쁘게도' 다른 매체에 그 자리를 넘긴지 오래입니다. 이제 인권의 시각으로 사건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전문지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지난 역사를 훌훌 털어버리면서도 신발끈을 고쳐매고 고단한 여정을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새로운 내용과 그에 걸맞는 이름의 새로운 매체를 준비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그리고 충실한 준비를 위해 하루소식의 지난 역사를 마무리하는 쉽지 않은 결단을 내렸습니다.
1993년 9월 7일 <인권하루소식>은 "'가마 타는 즐거움은 아나, 가마 메는 괴로움은 모르는' 이들의 어리석음을…슬퍼"하며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그동안 '가마 메는 괴로움'을 온몸으로 증언하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새로 선보일 매체에도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질책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인권하루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