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오름 > 일반

[창간의 다짐] 모래바람을 뚫고 인권 오르다

인권현장을 기동성 있게 뛰어다녀야 할 인권활동가들이 왜 굳이 매체를 만드는 일에 힘을 빼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져봅니다. 인권의 언어가 널리 보급된 시대, 진보언론은 물론 주류언론에서도 인권소식이 빠르게 전달되는 시대, ‘경쟁력’ 없는 작은 인권단체가 만드는 작은 매체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도 던져봅니다.

매체에 대한 회의에 자꾸만 고개가 꺾일 때마다, 가만히 오늘의 인권 현실을 돌아봅니다. 외면당한 인권을 파헤치고 지배질서를 뛰어넘는 운동하는 매체가 여전히 절실함을 발견하게 됩니다. 살아남을 수 있는, 살아남을 이유가 있는 매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에 자꾸만 심장이 오그라들 때, 나지막이 우리 자신을 돌아봅니다. 가려진 인권현장, 민중들의 삶과 소통하는 인권매체, 어깨 힘 빼고 살아있는 고민을 전하는 매체가 제대로 없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게 <인권오름>을 세상에 올립니다.

¶ ‘다른 인권’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단순히 인권의 언어를 보급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인권의 이름으로 인권이 기만당하는 어이없는 현실을 우리는 마주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갇힌 인권’의 경계를 넘어 억압받고 차별받는 이들의 입장에서 ‘다른 인권’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인권의 지평을 개척해온 활동가의 열정으로, 외면당한 인권을 분석하고 진보적 인권론을 일궈나가는 데 애쓰겠습니다.

¶ 도전하기, 경계넘기를 주저하지 않겠습니다.
나날이 쏟아져나오는 인권소식을 단순 전달하는 시대도 지났습니다. 같은 소식을 참다운 자유-평등의 관점으로 뜯어보고 의제를 형성하고, 새로운 인권의 영역을 개척해야 할 몫은 여전히 우리에게 남겨져 있습니다. 활동가들보다 앞서 인권이 유린당하는 바로 그 현장에서 기존 인권의 경계를 이미 뛰어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고민과 실천을 주저없이 전하겠습니다.

¶ 삶살이 가까이, 나지막이 인권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인권운동의 시야를 드리우지 못한 인권현장은 곳곳에 산재하고 있습니다. 복작복작 민중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듣지 못한 외면당한 목소리도 많이 있습니다. 운동사회 내부, 인권활동가인 우리 자신의 삶에도 칼날을 들이대야 합니다. 인권의 가치가 삶의 한가운데로 녹아들 수 있도록 나지막이, 꼼꼼하게 인권의 시선을 드리우겠습니다.


모래바람에 점령당한 하늘처럼, 우리 인권의 현주소도 흙빛입니다. 흙빛 인권정국, 남루한 인권현실을 헤치고 오늘 초라하지만 값진 <인권오름>이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더욱 낮게, 더욱 깊게, 더욱 긴 호흡으로 인권을 올리는 데 작은 힘 보태겠습니다. 1993년 출발해 지난 2월 3천호를 끝으로 마감한 <인권하루소식>이 “진실을 전달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는 정신 하나로 13년의 고단함을 견뎌왔듯, <인권오름>도 인권활동가들의 열정과 용기로, 독자 여러분의 성원으로 살아남으리라 다짐합니다. <인권오름>과 함께, 모래바람을 뚫고 인권을 올립시다.

2006년 4월 26일
인권운동사랑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