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맥전자 종업원들은 71년 2월 15일 노조를 결성, 분회장으로 최언을 선출하였다. 회사측은 노조를 파괴하려고 갖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급기야 분회장 최언, 부분회장 윤응섭을 해고조치하였다. 노조분회 전조합원은 철야농성에 들어갔으나 노량진경찰서에 의해 강제해산되었다. 회사측은 무기한 휴업을 단행하고 조합원 51명을 집단해고함으로써 많은 사회인들로부터 규탄을 받았다. 노사는 절충교섭하여 정·부 분회장 및 해고자 전원을 복직시키는 등의 합의서에 서명하였다. 노조 결성으로 인한 당시 분규는 조합원들의 강한 단결과 끈질긴 투쟁으로 노조측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금속노련, 1993)

[한국여성노동자운동사 1·2]는 위와 같이 소위 '성별 중립적'인 서술방식에 이의를 제기한다.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서술한 앞의 진술에서는 여성노동자의 역할을 파악하기 힘들다. 양성 중 지배적인 성은 남성이기 때문에, "노동운동 활동가나 참여자의 성을 구분하지 않고 노동자, 조합원, 종업원 등으로 서술하면" 대부분 남자로 받아들여지기 때문. 그렇기에 아이맥전자에서 최초 노조가 결성될 때 참여한 노동자 40명 중 38명이 여자라는 사실은 독자를 놀라게 할 수도 있다.

(사)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가 기획하고 이옥지·강연순 씨가 지은 [한국여성노동자운동사 1·2]는 무엇보다 기존의 남성 중심적 노동운동사에서 가리워진 여성노동자의 역할과 그들 역사의 의의를 집요하게 파헤친다. 지은이들은 서문에서 "여성노동자들의 운동이 노동운동사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계획하게 됐다고 밝힌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활동가나 참여자들의 성을 명확히 하고 특히 여성들의 역할에 주목하면서, 한국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을 일제시대부터 90년대 중반까지 제조업 중심으로 기술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여성노동자운동을 연대기적으로 서술한 것 이상의 문제를 던진다. "당면한 노동문제와 그것을 야기시키는 사회 전반의 모순을 해결하는 과제는 남녀노동자들의 공통된 노동운동의 목표"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지금까지 남성노동자들은 그들의 아내이자, 자매, 딸의 존재로서 "여성노동자들이 갖고 있는 제문제들을 자신들의 운동과 투쟁의 과제로 삼지 않았다"고 통렬히 비판하고 있는 것.

결국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지금까지 노동운동의 역사가 새롭게 읽히게 된다. 그 동안 가리워진 여성노동자의 역할과 여성노동자운동의 역사가 분명히 보이면서, 어쩌면 남녀 모두 존재하지 않았던 기존의 노동운동사에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의 존재까지 살아숨쉬게 되기 때문이다. 시기시기마다 중요한 사업장별로 벌어졌던 파업과 투쟁의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다 보면, 독자들은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노동운동 70년의 역사를 단숨에 거슬러 올라온다. 그러기에 [한국여성노동자운동사 1·2]는 여성의 눈으로 새롭게 서술된 노동운동사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