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후원을 시작한 분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아, 다행히 문겸 님이 전화를 받아주었다. 굵직한 중년의 남성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다. 후원인이 낮시간 일터에 있다 보니, 전화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다시 저녁통화를 시도했으나 바빠서 결국 실패. 다음날 마감을 넘기고서야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인터뷰를 했다. 금쪽같은 점심시간을 빼앗은 것은 아닌지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인터뷰 성공!!! 문겸 님은 길게 말을 이어가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묵직한 에너지로 든든함을 주었다.
◇ 본인 소개를 부탁합니다.
이천에 살고 반도체 메모리 제조회사에서 품질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노동자입니다. 메모리 제품에서 불량이 나오면 분석하고 보완을 하거나 소비자가 잘못 사용한 경우 사용법을 안내해주는 일을 합니다.
◇ 후원을 시작한 계기가 있나요?
맨날 컴퓨터만 보니까 사람도 많이 못 만나고 세상 돌아가는 일도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회운동을 하다가 사고로 죽은 후배가 있는데, 5월이 되면 그 후배가 생각나서 6월부터 후원을 시작하였습니다. 후배는 갔지만 지금 제가 이 자리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이 사회운동을 후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인권운동사랑방 후원을 계기로 소식지도 꼼꼼히 보고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제가 후원이라는 방식으로 기여하고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아주세요.
◇ 여러 사회단체 중에서도 인권운동사랑방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인권운동사랑방이 국가나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지 않은 점이 좋았어요. 내부에서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었겠지만, 돈을 받으면 아무래도 자본과 국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야 해요.
◇ 상반기에 상임활동가들이 재정확보 방안으로 후원인 증가 운동을 했었지요. 덕분에 활동비도 인상을 했어요. 어떤 계기가 있어서 하기 보다는 늘상 재정문제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 활동을 하다보면 놓치기도 합니다. 후원 증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제안해 주한다면.
후원하는 사람들에게 증액을 요청하는 방법도 있고 불특정 사람들에게는 인권운동사랑방을 더 노출하는 방안이 떠오릅니다. 지인을 통해 후원인을 모으는 것은 한계가 있고 인권운동사랑방을 잘 모르는 잠재적 후원인에게 사랑방을 알리는 방안은 어떤가요. 인권운동사랑방이 하루아침에 생긴 게 아닌데, 일하는 분들이 좋은 쪽으로 이야기해서 재정확보방안이 잘 검토되면 좋겠어요.
◇ 인권운동사랑방 홈페이지와 사람사랑을 보면서, 어땠어요?
개인이 관심을 갖고 활동하기 어려운 이슈를 인권운동사랑방이 계속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예를 들어, 세월호 사건도 2년이 넘어갔는데 아직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특조위도 제대로 성과를 못 내고 마무리하면 뭐가 남을까요.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가 이뤄지지 않은 채 시간만 가고… 한국 사람들의 스타일상 또 쉽게 잊힐 수 있고 결국엔 당사자들만 남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는데 인권운동사랑방이 굵직하게 다루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 내가 살고 있는 사회, 무엇부터 바꾸고 싶은가요?
최근 위안부 재단 설립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 친일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친일문제로부터 정치권력의 부패와 부조리가 계속 뿌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경찰이 민중의 지팡이가 되지 못한 이유도, 위안부 할머니가 일본 정부로부터 사과를 받지 못한 이유도 친일권력 때문입니다. 또 제가 회사생활 20년 하다 보니, 중년이 되어 재취업도 고민하고 있어요.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고 이걸 바꾸고 싶어요. 모두가 똑같은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것 같지만 이 사회는 아직 학연, 지연 등 기득권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장년층에게도 공정한 기회가 주어질 수 있도록 개선하고 싶어요. 고용불안이 심각하다보니 국가가 망하지 않는 이상 공무원만큼 확실한 직장이 없으니 사람들이 그쪽으로만 모이는 것 같아요.
◇ 인권운동사랑방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제가 후원을 시작하고 나서 후원인 소식지 <사람사랑>을 바로 받지 못했어요. 아마 바빠서 놓친 것 같아요. 앞으로는 바로 바로 받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