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장이 집에 가서 노조탈퇴 회유하고, 그래서 가족끼리 싸우는 경우가 많다. 노부모를 찾아가서 협박을 하기도 한다. 가족이나 동료 간에 사이가 나빠질 수밖에 없다.”
관계 파괴, 생계고 압박하는 가학적 노무관리
이는 8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유성기업 괴롭힘 및 가학적 노무관리 양적 조사 보고회>에서 유성기업 영동공장 홍완규 조합원의 현장 발언입니다. 이번 양적 조사결과에서도 관계 파괴 경험이 매우 높았습니다. 동료 관계 악화(54.3%), 가족 관계 악화(55.6%), 대인 관계 및 사회활동 기피(58.7%)를 겪은 사람의 비율이 이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괴롭힘의 영향은 공장안에 머물지 않고 가족과 다른 인간관계를 무너뜨리고 있었습니다.
또한 주목할 것은 창조컨설팅과 현대차의 기획으로 만들어진 괴롭힘, 다시 말해 가학적 노무관리가 노동자들의 생계도 매우 압박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가학적 노무관리의 주요 방식은 ①부서이동 또는 퇴사 강요, ②복지혜택(휴가, 병가, 육아휴직 등 포함) 사용 불가, ③성과급 및 승진 불이익 ④부당 해고, 출근정지(정직) 등의 징계, ⑤임금삭감, ⑥경고장, ⑦일상적인 감시(화장실 통제, 몰래카메라, 녹취), ⑧고소고발, ⑨사측 노조와의 차별(단체교섭 미룸, 임금체계․업무배치 차별, 징계 등)’이었습니다. 이러한 일은 대부분의 조합원이 다 경험했는데 특히 임금삭감과 사측 노조와의 차별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80%로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5년간 임금이 감소했다는 답변이 95%나 됐으며 절반 이하로 임금이 줄었다는 응답자도 23.1%나 됐고, 생활비 부족과 부채가 증가해서 생활하기 힘들다는 답변이 99.1%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가학적 노무관리로 인한 생계 압박은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렇다보니 괴롭힘 경험으로 인해 사회경제적 건강지수(이른바 웰빙 지수)도 매우 심각했습니다. 잠재적 스트레스군이 93%나 됐으며, 이 중에 50점을 넘는 고위험군도 2명이나 됐습니다. 사전 면접이나 심층면접 과정에서 조합원들에게 들은 답답함이나 자살시도 등에 대한 이야기가 더 심각하게 다가왔습니다. 얼마나 많은 조합원들이 죽음을 생각하며 사는지 실감했고, 한광호 열사의 죽음은 우연이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대응과정에서 동료애와 노동자들의 권리 의식 높아져
가학적 노무관리가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서 창조컨설팅과 현대차의 기획, 유성기업의 실행으로 이루어진 기획된 괴롭힘이기에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대응도 노조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노조를 중심으로 대응하다보니 직장 내 괴롭힘의 원인과 목적에 대한 인식도 조합원들은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고 혼자 대응하기 보다는 함께 했습니다. 괴롭힘의 원인으로 회사의 노무관리(81.5%)와 인력감축 같은 회사의 경영정책(51.1%)을 짚었으며, 괴롭힘의 목적은 ‘노조의 힘을 약하게 하려고’, ‘노동자를 회사 방침에 무조건 따르게 하려고’라고 응답했습니다. 대응과정에서 긍정적인 점으로 동료애와 노동자권리의식이 높아진 것을 꼽았습니다. 이는 가학적 노무관리,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대응 방향이 어떻게 돼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현장 발언에서 제도적 대안과 국가책임을 강조했습니다. 홍완규 조합원은 본인을 비롯한 사람들이 겪은 괴롭힘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는 조합원들이 답답하고 고립감을 느끼지만 경찰이든 노동부 등 국가기관은 우리 편이 아니었다며, 이런 것도 국가 범죄 아니냐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면서 가학적 노무관리금지법이나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은 한광호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최소한의 법적 제재장치가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신 못차린 유성기업 경영진
아직 ‘유성기업 괴롭힘 및 인권침해 사회적 진상조사단’의 활동은 남아있습니다. 마치지 못한 심층면접조사를 완료해야 하고, 가학적 노무관리의 법적 쟁점도 정리해야 합니다. 최근 갑을오토텍에 대한 노조파괴 책동이 불법적으로 이루어지면서 기업의 노조파괴 행위에 대한 문제의식이 시민들에게 많이 확산됐습니다. 그만큼 기업이 나쁜 짓을 많이 했다는 것이겠죠. 빨리 조사 완료를 하고 더 많은 캠페인과 실천으로 ‘노조파괴는 살인’이라는 것을 더 많이 알려야겠습니다.
그런데 아직 유성기업은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진상조사단의 발표를 보도한 언론들에게 진상조사단의 활동이 편파적이라며 정정보도 요청을 했다는군요. 근거는 세 가지인데 하나는 금속노조 조합원만 해서 편파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금속조합원을 탈퇴시키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해 괴롭혔으니 괴롭힘의 대상을 조사하는 건 당연하지 않나요? 게다가 괴롭힘의 가해자였던 관리자들이나 사측노조 간부들을 조사하고 싶어도 조사가 어렵지 않나요? 정말 말도 안 되는 근거지요. 그리고 다른 하나, 창조컨설팅은 무혐의로 결론 났는데 그 내용이 조사단 보고서에 포함됐다는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창조컨설팅 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유성기업 유시영회장에 대한 재판이 끝나면 재개될 예정입니다. 거짓선동으로 언론보도를 막으려는 작태를 계속하는 것을 보니 유성기업 유시영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참회는 아주 멀었나 싶어 탄식만 나옵니다. 그래도 조합원들의 힘, 연대하는 시민들의 힘으로 유성기업 노동자에 대한 괴롭힘을 중단시켰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