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건너 후원인의 안부를 묻게 된 건, 올해 인권활동가대회를 제주로 가게 됐다는, 뜬금없는 이유입니다만…… 제주에 오랜 인연이 있어 똑똑 문을 두드려봤어요. 20주년 행사에 오지 못해 너무 아쉬워했던 기억도 나네요. 이민정 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인권운동사랑방의 역사는 후원인들과 함께 써왔다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어요. 민정 님이 사랑방에 바라듯, 민정 님도 “처음처럼 늘 든든하게 계셨으면 합니다.”
◇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다음으로 입사해서 현재 카카오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이민정입니다. 회사 내에서 오픈소스를 잘 사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하고 라이선스 관련 검증 및 이슈해결을 위한 기술지원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 제주에서 산 지 얼마나 됐나요? 처음 만난 제주와 지금의 제주에 차이가 있다면?
“즐거운 다음, 설레는 제주”라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본사 이전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2004년 6월에 내려왔으니 이제 14년째가 되었네요. 10년 전과 비교하면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저가항공이 생기고 대중교통이 활성화되고 문화공간도 확충되고 소소한 가게들도 생기고 다양하게 생활적인 측면에서 편리함이 늘어났어요. 반대로 제주가 가지고 있던 고유의 특색, 여유로움, 한적함이 사라지고 비슷비슷한 지방도시가 되어 가는 듯해서 안타까워요.
◇ 사랑방 후원인 분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제주의 모습이 있다면?
제주를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너무 많고 블로그들도 너무 많아서 굳이 어딘가를 추천하고 싶지는 않아요. 굳이 올레길이 아니더라도 중산간 어느 마을을, 혹은 버스타고 지나가다가 보이는 이름 모를 오름을 느리게 한적하게 천천히 걷다 보면 남들이 보지 못한 제주를 보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도 굳이 소개를 한다면 4.3 평화공원과 돌문화공원을 추천합니다. 많은 의미가 있고 제주의 풍광이 있는 장소여서 제주에 오셨다면 한번은 꼭 들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인권운동사랑방과의 인연은 언제 시작되었나요? 후원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해요.
인권운동사랑방에 대한 첫 기억은 이제는 사라진 일일신문 ‘인권하루소식’입니다. 학생회실 한 쪽에 매일매일 있던 하루소식을 읽으면서 인권운동사랑방이란 단체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대학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하면서 어딘가 사회단체에서 작게 자원활동이나 후원을 시작해 볼까 고민하던 시점에 ‘꿈사’라는 후원모임을 알게 되어 참여하면서 사랑방의 후원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꿈사(꿈꾸는 사람들)’는 민정 님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을지 궁금해요.
20대에 치열했던 시간에 활력이 되어준 모임이에요. 토요일 모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5일 동안 근무를 했었습니다. ^^ 매주 토요일 오후 5시에 사랑방에서 모임을 가졌는데 근 2년 동안 쉬지 않고 모이는 꿈사를 사랑방에서 참 신기해 했어요. 같이 모여서 세미나도 하고 사랑방 자원활동도 하고 즐거웠던 추억이네요.
◇ 벌써 15년 넘어가는 인연이네요. 사랑방의 역사를 함께하며 인상 깊었던 것을 꼽아본다면 무엇인가요? 오랜 시간 지켜본 사랑방은 어떤 곳인가요?
제주에서 지낸 시간이 너무 오래되고 육지(?) 나들이를 자주 하지 않다보니 사랑방 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게 너무 오래 되었네요. 그래도 제게 사랑방 하면 떠올리는 곳은 명륜동 사무실, 그리고 꿈사에서 했던 자원활동들이네요. 영화제 자원활동을 했던 것도 생각나고 꿈사모임에서 월간 정기 상영행사로 ‘반딧불 영화제’를 만들어서 진행을 했던 일이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매번 했던 자료실 정리 작업, 연말 송년회TF.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단편적인 생각들만 나네요.
제게 사랑방은 첫사랑 같아요. 처음 인연을 맺었던 단체이기도 하고 오랜 시간 애정을 가졌던 곳이기도 하고. 이제는 지리적인 차이로 자주는 못 만나지만 생각하면 기분 좋은 추억, 그리고 언제나 반가운 사람들, 그렇습니다. 그리고 아쉬움은 사랑방 20주년 행사에 함께하지 못한 부분이네요. 아무래도 너무 멀리 살다보니. ㅠㅠ
◇ 요즘 사랑방에서 보내는 소식 중에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것이 있나요? 없다면 ^^;; 최근에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사건이나 주제가 있나요?
음. 소식지를 열심히 보지 않는 게 들통이 나네요. 이제부터 반성하고 조금 더 열혈 후원인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관심은… 최근 읽었던 『82년생 김지영』과 서지현 검사 이슈를 보면서 이런 저런 여러 가지 생각은 많은데 잘 정리는 되지 않네요.
◇ ‘촛불혁명’이라고 떠들썩하던 시간이 지나고 새해가 왔는데요, 인권운동사랑방에 바라는 점을 말해주세요.
언제나 그 자리에, 그리고 처음처럼 늘 든든하게 계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