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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논평

<성명서> 용산참사 피고인들에 대한 법원의 선고는 제2의 사법살인이다!

바로 어제 10월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잔 한양석)는 용산 철거민 9명에게 최고 징역 6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할 것이라는 아주 조금의 희망이 처참하게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무전유죄 유전무죄'가 다시금 증명된 것이다. 재판부의 선고는 마치 검찰의 공소사실을 그대로 읽는 것만 같았다.


검찰이 수사기록 3,000쪽을 은닉하여 기존의 변호인단은 변론을 거부하였고, 이후 새로운 변호인단이 꾸려져 재판을 진행해왔다. 그런데 누구는 인생을 걸고, 인권을 걸고, 모든 것을 걸었던 이 재판이 재판부에게는 그저 '쇼'에 불과했던 것인가. 약 한달 반 동안 경찰, 소방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에서 증인으로 나와 경찰 특공대의 투입에는 문제가 있었고, 망루 발화 원인이 화염병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하기 힘들다는 등의 증언들이 이어져 왔다. 변호인단 역시도 최대 쟁점이었단 망루 안 발화 원인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가능성들을 제기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검찰의 공소사실을 그대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것은 용산참사로 인해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을 두 번 죽이는 행위였으며, 이것은 30여년 전 일어난 인혁당 사건에 이어 제2의 사법살인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재판부는 양형에 대해 "경찰과 용역업체 직원들에 책임을 전가 했으며, 재판을 방해하고 법정을 정치적 의사표현의 장으로 변질시켰다"고 강조했다. 도대체 누가 경찰과 용역업체 직원들에 책임을 전가했다는 것인가. 재판부의 말이 성립되려면 경찰특공대는 진입한 적이 없어야 하고, 용역업체 직원들은 용산4구역 세입자들에 대해 말할 수 없는 폭력행위들이 애초부터 없었어야 했다. 최소한의 사실 관계조차도 왜곡하는 재판부는 누구더라 책임을 전가했다고 하는 것인가. 또한 재판을 방해한 것은 수사기록 3,000쪽을 은닉하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검찰이다. 재판부에게는 공개되지 않은 수사기록 3,000쪽이 겨우 '아쉬움' 정도로만 남는 것이겠지만, 피고인들과 철거민들에게는 이번 재판의 첫 단추부터가 잘못 끼워진 것을 의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거민들과 피고인들은 최소한의 법의 양심에 호소하려 했으며, 그에 맞는 판결을 기대했다. 하지만 역시나 법의 양심은 존재하지 않았다.


특히 재판부는 "~으로 보인다"는 등 애매함으로 판결을 내리고 있다. 그 유명한 "카더라" 어법이다. 재판부는 검찰의 의견과 증인들의 의견, 그리고 피고인들, 변호인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합리적인 판결을 내려야 한다. 숱한 증언들과 자료를 뒤로 하고, 이러한 말도 안 되는 판결을 내린 것은 처음부터 재판부는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중립성조차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판부는 과연 법관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뿐만 아니라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처해있는 상황과 배경을 완벽히 외면하였다. 침해당한 세입자 권리에 대해서 "정책적 협의가 필요해 법정의 판단 범위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세입자의 최소한의 권리가 법률적으로 제대로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재판부가 참작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그 책임을 정책의 문제로 돌림으로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법질서 근간을 유린한 것은 피고인과 철거민들이 아니다. 세입자에 대한 기본적인 생계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그것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불법적인 폭력으로 제압하려 했던 재개발 조합과 용역업체들, 그리고 이 나라의 국민인 철거민들을 테러범으로 몰고 간 경찰, 또한 막개발과 강제철거로 주거를 잃게 하는 정책들이 법질서의 근간을 유린하는 주범들이다. 더 나아가 바로 어제부터는 사법 정의를 땅바닥으로 추락시킨 사법부 또한 법질서를 유린하는 주범들이다.


아무리 '인권'이 피눈물로 일궈지는 것이라 하지만, 어떻게 이런 수준의 판결이 나올 수 있는가! 정말 참담하고 침통할 따름이다. 재판부는 판결이 끝나기도 전 사망한 철거민의 유족들과 피고인의 가족들이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그것이 지금의 현실이고, 억압받고 소외받은 사람들의 울부짖음이다. 지난 10개월을 이렇게 울부짖어 왔다. 이틀 동안 1천장이 넘는 탄원서가 모이는 등 국민의 관심과 마음을 이끌어냈지만, 여전히 권력자들과 사법부에는 이들의 목소리가 들리자 않는 모양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우리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피고인들에 대한 명예회복은 물론 사망한 철거민들과 그 가족들의 한이 풀릴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사람을 죽여 놓고도 나 몰라라 하는 책임자들을 지금의 피고인들이 서 있는 그 자리에 세워 책임을 묻고, 사법부와 정권이 실추시켜 놓은 정의와 진실이 꽃피도록 할 것이다.



2009.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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