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한 당신, 떠날 수 있을까?
피곤하고 지친 사람들에게 약을 먹여 가며 피로를 풀게 하는 광고가 있다. 피곤하면 쉬어야지 무슨 약? 그런데 피곤해도 제대로 쉴 수 없는 현대인들에게 이 광고는 ‘그까이꺼 피로’, 그냥 대충 약으로 풀고 쉬는 시간을 아껴서라도 열심히 일을 하라고 최면을 거는 것 같다. 그래서 사실 이 광고를 볼 때면 무시무시한 느낌이 든다.
이런 무시무시함은 사무실에서 활동을 할 때도 느껴진다.(너무 과도한가?) 누군가는 말한다. 우리가 자본가에게 고용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다들 자발적으로 일하는데 뭐가 문제냐고? 틀린 말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맞는 말도 아니다. 자발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분위기는 무르익었지만 자발적으로 쉴 수 없는 조건들이 우리에게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운동의 대의를 위해서라면 고단함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결의로 무장한(?) 활동가들에게 지금까지 개인의 몸과 정신은 활동을 중심으로 움직여왔다. 일의 과부하가 걸려도 꼭 해야 하는 일이기에 밤을 새우며 일을 하고, 그 다음날도 쉬지 않고 일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하는 일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12시간 넘게 활동과 관련된 일을 하는 날이 계속되는 건 아무런 문제가 아닌가? 주말에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어 제대로 쉬지 못해도 주중에 하루 쉬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그런 생각을 하는 개인의 문제인가? 밀려오는 스트레스를 술로만 푸는 건 개별 취향의 문제인가?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이런저런 물음에 대해 정답이 뭐라고 얘기할 근거도, 자신도 아직 없지만,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 이런 이야기들이 활동에 가려져서 마치 사소한 문제로 치부되거나 단 한번도 진지한 이야깃거리로 등장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나’보다는 운동이 언제나 앞서는 활동가들에게 개인의 삶은 언제나 뒷전의 문제로 내팽개쳐진다. 늦게까지 사무실에 불을 밝히며 일을 함으로써 포기해야 하는 자신의 권리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쉽게 포기하거나 받아들인다. 이러한 이야기가 하루 8시간 일하고, 8시간 잠자고, 8시간 쉬자는 얘기를 하는 건 아니다. 다만 몸을 재충전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고, 활동과 삶이 함께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세상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이상이 아니라 지금,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바로 자기서 서 있는 그곳에서 시작해야 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덮어두고 참고 가지 말자는 말이다.
자기 사랑을 시작하자
개인의 문제로 그냥 넘기지 말자. 그런 문제를 고민하는 개인들이 모여서 공동체의 문제가 되며, 다함께 해결해야 할 우리의 과제가 되는 것. 활동을 위한 회의 자리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런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일상적이고, 공식적인 소통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또한 활동가들 사이에서 활동의 중요성만큼이나 우리 내부의 이야기 또한 중요하게 여겨져야 하며, 시간적인 배려도 함께 되어야 한다. ‘힘들면 그냥 알아서 쉬면되지’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단체 내규로 정해 눈치 보지 않고 쉼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까지 얘기를 해 놓고 나니 활동가들이 엄청 안 쉬고 일만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할 것 같다. 물론 그런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 개인마다 다양한 차이가 있으니까... 하지만 이런 얘기를 시작한 것은 누군가 정말 활동에 지쳐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개인의 문제로만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 좀더 공식적으로 이야기할 필요성이 있음을 얘기하고 싶어서다. 이제 자기 사랑을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