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준비 잘 돼가요?' 요즘 만나는 사람들에게 제가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입니다. 지난 9월로 인권영화제 활동을 마치고 긴 여행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아마 ‘사람사랑’에서 이 글을 읽을 때쯤이면 여행을 떠나 있겠네요. 그런데 질문을 받고 나면 잠시 이런 생각이 듭니다. ‘잘 돼가고 있나? 인권영화제 활동을 하며 사랑방을 드나든 지도 3년 정도가 되었네요. 영화제 상근 활동을 한지는 1년 정도이지만 말입니다. 고작 1년 상근을 하고 활동을 그만둔다고 하니 누구는 그럽니다. ‘하기로 했으면 10년 정도는 해야지...’ ‘여행은 왜 가는데...’ ‘갔다 오면 뭐 하려구...’ 저 또한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정이었구요. 그건 단지 활동을 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 소설가의 문장을 빌어 표현하면 ‘중심을 잡기 위해, 자신의 방향을 잡기 위해, 스스로의 길에 대한 확신을 갖기 위해’ 정도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기 위해 ‘작가는 한없이 흔들리며 한없이 자신만의 속도로 달려 나간다.’라도 합니다. 어찌 작가뿐이겠습니까. 중심을 잡고 방향을 잡고 확신을 갖기까지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속도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여행 준비는 잘 돼가고 있습니다. 그건 비행기표를 끊고 숙소 예약하고 여행가방 챙기는 준비가 아니라 오래 비울 집 정리도 하고 그동안 못 만났던 사람들 만나 이 애기 저 애기 나누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왜 진작 그러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활동하면서는 늘 바쁜 척하며 앞에 놓인 일만 보고 정작 나눠야 되는 고민들은 뒷전이 아니었나 반성도 됩니다. 그러니 저에게 여행을 준비하는 시간은 여행을 위한 준비의 시간이 아니라 지난 시간에 대한 반성의 시간이기도 하고 앞으로 올 시간에 대한 준비의 시간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제 정말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 온 것 같네요. 얼마 있으면 연말이고 여기저기 송년회도 많겠죠. 술자리도 많을 거고... 송년회 인사도 함께 첨부할께요. 여러분 올 한해도 고생 많았구요. 그동안 너무 고마웠습니다. * 김연수의 <청춘의 문장>에서 인용했습니다. |
활동가의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