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수업 평가모임 하는 날 수련회 얘기가 나왔는데, 같이 가자는 경내 선생님 권유에 선뜻 그러겠다고 해 버렸네요. 사실 우리 공부방 모임들만 다니기도 벅찬데(^^;), 어떻게 다른 단체 수련회까지 따라나설 마음을 먹었을까요? 아마도 막연한 끌림과 기대가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 동안 사랑방 선생님들을 만나며, 참 좋았거든요. 깨어 있는 자세로, 건강하게, 열의를 가지고 일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반갑고, 든든했어요.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잔뜩 만날 수 있겠다는 데 마음이 동하지 않았을까요?
지난 주말, 용문 가는 기차 타러 약속 장소인 청량리역 대합실로 올라가면서, 사랑방은 식구가 많으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을까, 생각했는데, 막상 예약한 기차론 열 한 명인가 타고 갔지요. 우리 일행이 앉아 간 자리만큼, 아니 그 이상인가를 예약 취소하고 자리 비워 가는데도 누구 한 사람 언짢은 기색이 아니시데요. 뭐, 차표 값도 좀 아깝고, 여럿이 같이 못 떠난 건 아쉬웠지만, 열린 마음과 여유로움이 느껴졌답니다.
처음 가 본 용문이란 곳은, 음… 좋긴 좋았는데, 사실 큰 느낌이 없네요. 간 곳보다도 함께 간 사람들한테 마음이 많이 가 있었기 때문인가 봐요.
자동차로 늦게 도착할 점심 김밥을 기다리며 산밑 계곡에서 아이들처럼 물놀이하며 신났었지요. 사실 전 바깥 사람 티내느라 옷 없다는 핑계 김에 처음에 구경만 했는데, 나중엔 정말 재밌게 노시던 걸요. 일찍 옷 적시지 않은 게 좀 아깝더라고요.
한 서른 명 남짓? 어른들끼리만 이렇게 많이 모인 자리는 좀 낯설기도 했는데, 그런 만큼 신선하기도 했어요.
다 모여 처음 프로그램으로 ‘반 성폭력’ 교육활동을 했잖아요. 그런 사랑방다운 문제 제기와 그 문제를 풀어 가는 성실성, 진지함은 배울 거리였어요. 모둠 안에서 제 스스로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건 좀 부끄럽지만요.
어둑어둑할 무렵부터 깜깜할 때까지, 서로 더 잘 알자고 ‘사람 찾기’(?)도 하고, 민박집 앞 너른 주차장을 마당 삼아 돌며 고무줄도, 긴 줄넘기도, 사진 찍기도, 또 영화제목 맞추기도 하며 놀았죠. 저야 아이들하고 날마다 놀지만, 다들 오랜만이셨을 것 같아요. 몇몇 분들은 힘들어도 했지만, 놀이는 사람을 참 건강하게, 또 서로 친근하게 하는 것 같아요.
사랑방의 여러 팀들이 자기 팀을 소개하는 ‘광고 만들어 보여 주기’도 재밌었고, 그 다음에 한 설문조사 발표도 흥미롭게 봤어요. 자원 활동가들과 상임 활동가들이 서로 더 알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 뜻이 참 좋았다고 생각돼요. 전 우리 공부방 자원교사들을 생각하며 열심히 봤답니다. 후-, 주저리주저리 이야기가 길었네요. 그 만큼 열심히 준비해 꽉 찬 하루였나 봅니다. 뒤풀이까지 합쳐서요.
모여 앉은 사람들과 술잔 기울이며 이야기 나누고, 돌아가며 노래 부르고, 또 함께 별도 보았던 그 밤이 기분 좋게 떠오릅니다.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건 얼마나 소중하고 기쁜 일인지요!
1박2일 동안, 여러 사람들과 많이 이야기하고 사귀진 못했어요. 하지만 맑은 얼굴 가진 좋은 사람들을 만난 느낌이 지금도 마음에 남아 흐뭇합니다. 살짝 말씀드리는데, 전 박래군 선생님이 연배 아닌 사람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시는-권위적이지 않은-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거든요. 워낙 권위적이신 어른들을 많이 보아왔던 터라…. 또 저한테도 그런 버려야 할, 길들여진 모습이 있기도 하고요.
사랑방 식구들은 이렇게 특별하기도, 또 한편 특별하지 않기도 해요. 말하자면, ‘보통 사람들이구나.’하는 느낌이에요. 다양한 세상 사람들만큼…은 아니더라도, 다양한 일상의 이웃들이라 느꼈어요. 우리 공부방 사람들이 그렇듯이요. 인권 운동도, 특별한 사람들만 모여 하는 일은 아닌가 봐요.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이 ‘깨어나, 일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봤어요.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잔뜩 만날 수 있었던 이번 수련회는 저한테 참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고맙습니다. 언제든 ‘사람 생각’하며 사는 길에서, 또 만나 뵙길 바래요.
2004년 8월 17일
이미나 (두리하나공부방 실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