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8년 여름부터 인연을 맺게 된 성북 장수마을, 당시 사랑방 내 주거권팀에서 ‘개발’의 문제를 말하는 것을 넘어서 그럼 어떻게 해야 할지 대안적인 모색을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지요. 실제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과 함께 주거환경이 개선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대안적인 개발계획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지 부딪혀보는 기회가 되리라 기대를 하면서 대안개발연구모임에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3차년도까지의 프로젝트 사업으로 시작한 활동이 여러 상황으로 인해 길어지고, 활동의 모습 또한 다양해지면서 참 많은 단위/활동가들이 함께 해왔네요. 그리고 그렇게 5년여 간의 활동으로 장수마을에 대한 서울시와 성북구의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고, 작년 장수마을 역사․문화 보존을 위한 종합계획 수립 용역이 발주되었어요. 종합계획안 마련을 위해 열심히 주민들을 만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고, 그 계획안을 서울시와 성북구와 함께 논의해왔습니다. 그 결과 4월 장수마을을 재개발 예정구역에서 주거환경관리사업 구역으로 전환하기로 했고, 올해 안에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해나가게 되었어요. 앞으로 사업추진과정에서 효과적으로 개입하고 주민들과 더 긴밀히 만나는 몫이 마을기업 동네목수에 있기에, 이를 응원하면서 대안개발연구모임은 해소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고, 장수마을이 마을재생사업의 의미 있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기에 해소하면서 평가와 과제를 잘 남기기 위한 좌담회를 가졌지요. 그리고 초기부터 대안개발연구모임에 함께 했던 사랑방은 어떤 가능성을 보았고, 어떤 어려움에 부딪혔는지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지난 5월 사랑방 활동가들과 함께 가졌어요. 사랑방이 주로 했던 역할은 주민과의 관계 형성을 위한 것이었어요. 2208년에는 재개발 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생각이 어떤지, 집과 동네의 불편한 점을 무엇으로 꼽는지, 환경이 개선되더라도 보존되어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등등을 같이 나누기 위해 워크숍을 준비했었지요. 그렇게 나온 이야기들을 토대로 어떻게 계획안에 담을지 관련 법제도를 검토했던 2209년, 서울성곽과 삼군부 총무당이라는 문화재를 위아래로 끼고 있어 제약이 많은 장수마을의 조건, 그리고 주민들의 사회경제적 조건을 고려할 때 철거하여 새로 짓는 방식이 어렵겠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지요. 그래도 당장 위험하고 불편한 점들은 바꿔나가야 하니 주민들과 좀 더 일상적으로 만나면서 할 수 있는 시도들을 해보기로 했어요. 그래서 2010년부터는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주민들과 일상에서 재미나게 만나기 위해 마을학교, 마을잔치, 골목길 환경개선 프로젝트 등등을 해왔지요. 집수리형 마을기업 동네목수를 2011년 만들면서 오랫동안 방치된 빈집을 고쳐서 다시 생기를 불어넣기도 하고, 미장, 도배 등 주민들이 갖고 있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도 만들어지고 그렇게 조금씩 변화를 일구면서, 그리고 뉴타운 재개발에서 주거재생으로 공공영역이 개발기조를 달리하게 되면서 장수마을이 주목을 받게 되었어요. 하지만 어려움도 많았고 여전히 갈 길이 멀어요. 작은 마을임에도 골목별 공동체만 긴밀하고 다른 골목과의 교류, 마을 전체에 대한 고민으로 넓어지고 깊어지는 것이 쉽지가 않아요. 작년부터 골목통신원 모임을 하면서 다른 골목 주민과의 교류, 골목단위에서 나아가 마을이 풀어야 할 숙제로 조금씩 확장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 주민들의 마음이 움직여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당장 무언가 마음을 먹고 하기에는 확신이 서지 않는 것도 있고, 먹고 살기가 빠듯하니 무언가 같이 하기에는 부담스럽기도 하고.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같이 머리를 맞대는 과정, 그리고 힘을 모아 작더라도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드는 것, 이러한 과정과 결과가 맞물리면서 새로운 가능성들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한 발짝 더 나가게 하는 힘이 되고, 한 사람 더 함께 하는 동기가 될 테니까요. 사업추진을 하면 민-관 협력체계가 보다 분명해질 텐데, 여러 제도에서 강조하고 있는 ‘주민참여’가 말만이 아닌 정말로 의미로 자리하려면 또 여러 노력들이 필요한 것 같아요. 서로 기대하는 속도도 다르고, 온도도 다른데 그런 간극을 좁히기 위한 과정들이 있어야겠지요. 지속가능성을 중요하게 여겨서 예상보다 느리고 그림이 잘 나오지 않아도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는 시행착오들을 충분히 겪어내면 좋겠습니다. 지난 5년간 마을활동의 의미가 확장되고 주민들을 다양하게 만나면서 어떤 것이든 하나의 권리로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총체적인 삶의 문제, 관계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정든 이웃이 함께 사는 장수마을의 꿈이 현실로 계속 자라나도록 응원합니다. 그동안 주민들과 함께 그린 밑그림에 다채롭고 아름다운 색들이 입혀지길 기대하며, 앞으로도 장수마을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려요. ^^ (장수마을 홈페이지 www.jangsumae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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