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주 : 전기협과 어떤 형태로든 협상을 뜻을 비추던 정부는 23일 새벽, 전기협 사무실에 진입, 철도청의 근로기준법 준수, 8시간 노동제 실시 등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을 현행하였다. 정부가 파업을 유도한다는 우려가 ‘현실화’된 가운데 ‘신 공안정국’의 두 번째 무대가 펼쳐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전기협과 전노대의 긴급성명을 전재한다.
안전한 철도, 건강한 직장을 만들기 위해 지난한 노력을 해온 우리 철도노동자들은 올 년 초부터 철도청의 비인간적 경영과 열악한 근무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근로기준법에서 보장한 노동자의 기본적 인권을 깡그리 무시한 채 탈법적으로 실시돼 온 변형근로 근무제도, 해고 동지의 원직 복직, 그리고 안전 철도를 위협하는 철도청의 안일함에 맞서 해고와 구속의 희생을 각오한 투쟁을 전개한 것입니다.
이러한 우리의 투쟁에는 각종의 난관이 있었습니다.
교만한 관료주의에 빠져 현업직원의 정당한 요구를 일방적으로 무시한 채 공무원이 어떠하니, 사회가 혼란 된다느니, 조용히 있지 않으면 징계를 하겠다느니 하면서 강권과 강압으로 일관한 철도청, 철도노동자의 요구가 무엇인지 검토하고 대안을 마련할 생각은 하지 않고, 북핵 공방을 내세우며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웬 난리냐며, 철도노동자의 공개적이고 민주적 조직인 전기협을 불법ㆍ불순세력으로 몰아붙이며, 강경 구속 방침만을 되풀이하며 탄압 일변도로 행세한 문민(?) 정부.
3만 조합원의 거대노조이면서도 조합원의 의사와 뜻을 아랑곳하지 않고 사용자의 뜻 받들기에 급급하여 조합원을 폭력세력으로 매도하며 철도청과 궁합이 맞아 현장 조합원을 협박하고 탄압하는 데 광분했던 불쌍한(?) 철도노조.
노무도 당연하고 소박하여 이미 한이 서려버린 우리의 요구에, 우리의 투쟁의 외침에 가해진 이들의 행태는 이미 우리가 결코 원하지 않았던 철도파업의 극한 상황을 초래하고 말았습니다.
6월 23일, 바로 오늘 새벽, 폭력 경찰을 앞세운 야수적 공권력은 하얀 밤을 지새우며 눈물로 호소하던 우리들의 정성이 모인 농성장을 난입하여 동지들을 무차별 폭력을 휘둘려 연행하였고 진압에 성공했다는 음험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의 일터를 봉쇄했습니다.
국민 여러분!
이렇듯 민주와 개혁의 기치를 내걸었지만 실제는 몰상식과 폭력으로 치장된 정부의 탄압과 부딪히면서 우리의 최소한의 우리 권리를 지켜내기 위한 자구책으로 선택할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은 파업투쟁을 결행해 내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도대체 힘없는 노동자가 저 거대한 정권의 폭력에 맞설 수 있는 방법이 파업투쟁 이외에 그 무엇이 있단 말입니까.
혹자는 철도파업이 국민의 발을 볼모로 한다. 국가와 사회에 엄청난 혼란을 야기 시킨다고 우려하며 걱정합니다. 우리 철도노동자들도 우리들의 파업투쟁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들이 겪을 고충을 잘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최대한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난한 노력을 해 왔습니다. 철도청과 공식적으로 대화할 것을 요구했고, 교통부ㆍ노동부장관과의 면담도 요청했습니다. 민자당과 민주당의 대표에게 우리의 요구에 귀기울여 줄 것을 당부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가치 없는 권위만을, 형식에 얽매이는 편협함만을 내세운 정부는 철도청을 통해 소위 “철도 현업직원 처우개선 대책”이라는 겉만 요란할 뿐 열악한 노동현실을 더욱 왜곡하고 개악하는 기만적 발표로 철도노동자와 국민을 기만하고 호도 하더니 급기야 야수적 폭력경찰을 통해 우리는 무참히 짓밟는 폭거를 자행하고야 만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는 순박하지만 폭력에 굴할 정도로 어리석지 않습니다. 우리는 가진 게 없지만 나약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평화를 사랑하지만 불의에는 당당히 맞서 싸울 정의감이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들의 고충에 미안함과 가슴아픈 마음을 감출 수 없지만 공권력의 폭력에는 총파업투쟁으로 당당히 맞설 것입니다. 노동자로 태어나 부끄럽지 않는 총파업 투쟁을 결행하면서 국민여러분들의 이해와 협력을 부탁드립니다.
1994년 6월 23일
총파업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전국기관차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인권하루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