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누명을 쓰고 13개월이나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경찰관 김기웅(31)씨와 그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1심 최종선고가 오는 25일 오전10시 서울민사지법 559호 법정에서 내려진다.
이날 재판결과는 경찰의 불법수사와 가혹행위에 대한 1차적 판단이라는 점에서 뿐만 아니라, 2년이 넘도록 지연되고 있는 형사고발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자못 관심을 끌고 있다.
민사재판과정에서 드러난 경찰의 불법행위는 고문과 가혹행위, 가족면회를 미끼로 한 자백유도, 사건수사에 있어서의 불성실과 태만, 담당검사의 형식적 수사 등으로 요약된다.
김기웅 씨의 진술서에 따르면, 사건첫날 식사도 전혀 주지 않고 밤새도록 2-3명이 조를 짜서 번갈아가며 머리를 구타하며 단 1분도 눈을 감지 못하게 잠 안 재우기 고문을 했다고 한다.
또한, 경찰은 “자백서를 써라, 말을 듣지 않으면 시경특수부 강력계로 넘겨 혹독한 고문을 받게 하겠다”고 협박하는가 하면 “자백하면 가족을 만나게 해주겠다”고 회유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가족들도 면회를 갔을 때 경찰이 “아까 자백한 대로 말해. 그렇지 않으면 특수대로 넘겨져 고문을 당할 것이다”며 김씨를 다그쳤다고 증언했다.
구타, 잠고문 등 가혹행위
대검찰청 강력부도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강력부가 작성한 문서에 따르면 경찰은 현장감식을 지연하고 기록자료를 미제출한 것외에도 김씨에게 무리한 자백을 강요한 점 등이 인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수사검사가 자백에 대한 신빙성 검토에 미비했고 물증의 추적에도 소홀했음이 문제로 지적됐다.
그러나, 피고측 소송수행자는 일체의 고문과 가혹행위를 부정하고 있으며, 수사상의 미비점에 대해서도 “직무상의 불법행위가 아니며, 고의나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같이 엇갈리는 양측의 진술이 25일 선고를 통해 1차적 판단을 받게 되는데 이날 판결이 원고측의 승소, 즉 경찰의 불법수사와 가혹행위를 인정하는 것으로 끝난다해도 수사관계자들이 법적 처벌을 받게 될지는 미지수다. 김기웅 씨의 수사를 담당했던 김홍일 검사 등 12명은 이미 지난 93년 12월 불법감금 및 고문과 폭행, 직무유기 등의 협의로 고소·고발됐지만 현재까지 검찰은 수사상 아무런 진전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승소해도 수사관처벌 미지수
재판을 앞둔 김씨는 “우선 민사재판에 승소해서 고생한 가족들에게 위안을 주고 몸이 불편하신 어머니께도 힘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기웅 씨는 92년 11월29일여관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구속됐으며 1심에서 징역12년을 선고받고 항소마저 기각 당해 끝내 살인자라는 누명 속에 살아가야 할 처지로 몰렸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사건발생 13개월만에 진범이 검거되고 김씨는 93년 12월 대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으로 석방됐다. 그 뒤 94년 4월8일 서울고법에서 최종 무죄판결을 받았고, 4월14일 파면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승소, 5월11일 경찰서에 복직됐다. 이렇게 해서 어처구니없는 김씨의 고생극은 2년6개월만에 막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김씨가 입은 신체적·정신적·물질적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그의 가족들이 입은 피해도 상당하다. 김씨의 무죄증명에 나서면서 아버지가 직장을 퇴직하고 비용을 부담하기 위해 형제들이 집을 팔았다. 또한, 어머니가 관절염과 목디스크를 앓게 되고 아버지가 간염에 걸리는 등 가족들은 경제적·신체적으로 많은 손실을 입었다. 이에 김씨 등은 95년 3월 국가를 상대로 5억2천만원상당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게 됐다.
소송대리인인 백승헌 변호사는 “이 사건에서 경찰과 검찰은 원고를 진짜 범인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증거를 짜 맞추고 원고를 철저히 짓밟았다”며, “김씨와 같은 억울한 피해자가 재발하지 않게끔 수사기관의 불법행위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고, 가혹행위자를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며, 발생한 피해는 국가에서 당연히 보상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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