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원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원고는 먼저 여권법 제8조 제1항 제5호는 그 요건이 지나치게 막연할 뿐만 아니라 이를 근거로 장기간 출국심사(신원조사)를 하는 것은 여권제도를 사실상 출국허가제로 운영하는 것으로서 헌법상 보장된 출국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므로 위헌이라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여권법 제8조 제1항은 ‘외무부장관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에 대하여는 여권의 발급 또는 기재사항의 변경이나 재발급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같은 항 제5호에서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현저히 해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된 자’라고 규정하고 있는 바, 이는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서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한 헌법 제37조 제2항에 근거한 것으로 위 여권법 조항이 원고의 주장과 같이 지나치게 막연하다고 볼 수 없고, 또한 위 조항으로 인해 여권발급이 다소 지연되거나 종국적으로 거부되는 경우가 있다 하여도 그와 같은 경우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위 조항이 사실상 출국허가제로 이용될 수 있는 위헌규정이라고도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없다.
나. (중략)
다. 원고는 다시, 원고가 과거 국가보안법위반죄를 범한 적이 있다 하여도 만기출소한 자로서 사면복권된지 3년 4월이나 경과하였고 또한 그 동안 새로운 범법행위를 저지른 바도 없는데 단지 국가보안법위반자라는 이유만으로 광주광역시장으로부터 신원조사를 의뢰받은 경찰청장이 안기부장에게 원고에 대한 신원조사를 재의뢰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하므로 보건대, 보안업무규정 시행규칙(대통령 훈령 제46호) 제57조 제3항에 따르면 ‘관계기관의 장은 신원조사결과 국가안전보장상 유해로운 정보가 있음이 확인된 자의 출입국에 관한 사항은 미리 안전기획부장과 협의하여 처리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여권발급신청자신원조사처리규칙 (경찰청 예규 제160호) 제7조 제1항 제1호에 의하면 여권신청자 중 국가보안법 위반자는 안기부에 통보하도록 되어 있으며, 한편 원고가 1991. 5. 경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적이 있음은 뒤에서 보는 바와 같으므로 경찰청장의 안기부장 대한 위 신원조사의뢰는 위 제 규정에 따른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할 수 없고, 또한 원고의 위 주장과 같은 사유가 있다는 것만으로 이와 달리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므로 결국 원고의 위 주장도 이유없다.
라. (중략)
마. 끝으로 원고는, 안기부의 신원조사가 보안업무규정시행규칙상의 신원조사처리기간을 초과하였으므로 위법하다고 주장하므로 보건대, 위 보안업무규정시행규칙은 1969. 5. 30. 대통령훈령 제25호로 제정된 것(1981. 10. 7. 개정)으로서 법규적 성격을 갖지 않는 행정규칙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위 규정 제57조 제1항에서 신원조사의 요청을 받은 기관의 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요청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그 조사결과를 요청기관에 회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여도 위 조항은 가능한 한 조속히 그 신원조사 사무를 처리하도록 정한 훈시규정에 불과할 뿐 강행규정이나 효력규정이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피고 산하 안기부가 위 기간을 경과하여 신원조사결과를 회보하였다 하여 위법이라고 할 수 없고, 더구나 위 규정 제57조 제1항은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30일을 초과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할 것인데,(중략) 서울고등법원은 1991. 1. 31. 원고가 1988. 10. 중순 조선대학교 운동장에서 반국가단체인 북한공산집단의 주장과 선전활동에 동조하는 내용의 강연을 하여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고, 1989. 2월경부터 4월경 사이에 이적표현물로서 외세의 식민지 억압분쇄, 계급간 갈등, 상부구조와 하부구조가 동시에 변동한다는 것을 내용으로 하여 그것이 계급운동으로 현실화한다는 것을 형상화한 대형걸개그림 ’민족해방운동사‘ 등을 제작, 반포하였으며, 같은 해 6월경 위 ’민족해방운동사‘라는 걸개그림을 슬라이드로 만들어 이를 북한으로 송부, 평양축전 미술전람회에 전시케 함으로써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였다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로 인정하면서, (중략) 원고에 대해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였고 그 판결이 1991. 5. 24. 대법원의 상고기각으로 확정된 사실, 1996. 7. 10. 경찰청으로부터 원고에 대한 신원조사를 통보받은 안기부의 신원조사담당부서는 원고가 위와 같은 전력이 있음을 고려하여 같은 달 12. 안기부 산하의 원고 주소지 관할 부서인 광주지부와 원고에 대한 위 국가보안법위반사건의 수사를 담당한 바 있는 대공수사부서에 원고가 출국할 경우 국익저해 활동을 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 및 여권발급에 대한 의견을 문의하였고 이에 위 광주지부는 같은 달 19.에, 위 대공부서는 같은 달 30.에 원고가 출소후에도 계속 투쟁적인 언동을 해왔고, 방북인사인 서경원 전의원을 만났으며, 평양에서 열리는 8. 15. 범민족대회에 관련될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각 여권발급 불허의견을 회신한 사실, 그러자 위 신원조사담당부서는 당일 다시 안기부 산하 정책부서와 해외부서에 그 의견을 문의하여 같은 해 8. 7. 위 정책부서로부터서는 여권발급 불허의견을 회신받았으나 같은 달 14. 위 해외부서로부터 93. 11. 원고의 독일여행시 우려할만한 사실 발견되지 않아 금번 영국 여행을 허가하더라도 친북인사 접촉 등 불순활동 가능성이 많지 않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한 여권발급 허가의견을 회신받은 사실, 그리하여 안기부는 같은 달 16. 광주광역시장에게 원고의 신원조회 적합회보를 통보함으로써 위 규정상의 신원조사처리기간을 약 7일간 초과한 사실을 각 인정하 수 있고 반증없는 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안기부가 위 신원조사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그 처리기간을 초과할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여지므로 결국 원고의 위 주장은 어느모로 보나 이유없다.
1997. 5. 9
재판장 정은환․노경필․최석문
- 881호
- 1997-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