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6일 연세대학교 신경상관에서는 “김대중 정권 1년 자본을 위한 개혁을 비판한다. - 김대중 정권 집권 1년 그 평가와 전망”이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 내용 중 그 일부를 발췌해 싣는다. -편집자 주
<총론>
김세균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소장)
김대중 정권이 행한 그간의 개혁은 신자유주의적-시장주의적 위기해결이란 축적위기로부터 자본을 구하기 위해 사회전체의 희생을 요구하고 또 이로 인해 위기부담을 최종적으로 노동자-민중에게 전가시키는 정책의 성격을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는 것이다.
① 경제개혁
그간의 경제개혁은 경제위기를 극복하여 자본가의 헤게모니적 지배체제를 재 구축하고 한국 경제가 지구화된 자본축척 운동에 걸맞은 체제로 재편하는 것을 목표로 한 것이었다. 그러한 전환을 위해 정권은 5대재벌로의 자본의 더 많은 집중과 집적 및 외국자본의 한국경제에 대한 직접적인 지배의 강화를 허용해왔고, 노동자-민중의 생존의 위기가 악화되고 삶이 파탄하는 것을 불가피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② 대 노동정책
김대중정권은 노동자-민중의 삶을 온통 짓밟고 있는 가운데 사회구성원 모두가 시장의 경쟁의 논리에 따라 살아갈 것을 강제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러한 개혁정책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는 자본의 운동은 경영을 합리화하고 경직된 노동을 ‘부드럽게 한다’는 명분으로 노동자계급을 정규직, 비정규직, 고용 노동자와 실업노동자 및 조직노동자와 미조직노동자 등으로 분할시키고 있으며 이들을 오직 경쟁의 매개로 사회적 관계를 맺도록 강요하고있다. 또한 김대중 정권의 대노동정책은 신자유주의 개혁을 노-사-정간의 사회적 합의의 형식을 빌려 추진하고 있으나 이는 조합주의적 이해와 관계되는 몇 가지 양보를 미끼로 노조 상층간부를 포섭해 신자유주의적 개혁에 대한 노동자대중의 불만과 저항을 무마하고 무력화하기 위한 것이다.
③ 사회파괴 경향
김대중 정권의 신자유주의적 위기해결책은 한국사회에서 대량실업의 발생과 소득불평등의 심화 및 자살율과 범죄율의 급증, 가정파괴현상의 확대 등으로 나타나고있다. 이러한 사회적 관계의 신자유주의적-시장주의적 개편은 소득불평등 구조를 심화시키고 대다수 국민들의 빈궁화를 촉진시켜 사회파괴현상을 가져왔다. 이러한 사회파괴는 절차적-형식적 민주주의가 앞으로 더욱 진전된다 할지라도, ‘민주주의의 실질적인 훼손 및 허구화와 공동화’를 초래하고, 한국사회에 ‘총체적인 사회적 위기’를 확대-심화시키는 기제로 작용한다.
④ 대북정책
정부의 햇볕정책 등의 대북정책은 그간의 강압적 대결정책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일정한 긍정적 측면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 정책은 남북간의 진정한 평화공존과 동반자적 관계의 형성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신자유주의적-시장주의적 내정개혁의 논리를 대북 정책에도 적용하고 있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점은 정부가 정주영의 금강산 관광사업을 대북 관계의 개선의 발판으로 삼고 있고, 민간자본의 대북진출을 대폭 허용하면서도 남북한간의 군사적 대결구조의 청산 등을 위한 어떠한 진지한 제안도 내놓지 않고 있는 점에서 드러나고 있다.
⑤ 정치지형의 변화시도
김대중 정권은 과거의 ‘민주대 반주’의 정치적 대립구도를 해체하고 자신이 중심이 되면서 수구보수세력과 개혁적 자유부르주아세력들을 포괄하는 신자유주의적 지배블록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과 동시에 시민운동세력을 적극 포섭하고 있다.
<영역별 평가>
1. 여성영역
정양희(서울여성노동조합 위원장)
김대중 정부 1년은 여성노동문제의 심화와 여성노동자권리의 후퇴로 점철되어 작년 한국의 여성권한척도는 세계102개국 중 83위로 97년 73위보다 추락했다.
IMF하에서 여성은 우선해고대상으로 상용고의 경우 19.25가 감소하는 등(남성 상용고의 경우 6.8%)실직여성이 97년보다 342% 증가했으며 이들은 절대빈곤상태에 놓여졌다. 여성의 67.1%가 임시직, 일용직 근로를, 78.3%가 시간제 근로를 한다. 금융권의 경우 파트타이머나 임시직 여성비율이 95.8%-100%, 백화점, 병원 등은 거의 80%이상이다. 퇴직하지 않는 여성들은 비정규직 전환을 강요당하며 이들은 근로기준법 상에 명시되어진 동일 노동에 대한 동일 임금,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제한, 모성보호의 권리 등을 보장받지 못했다.
여성노동자의 71.7%가 5인 미만 사업장에 집중돼 대부분이 퇴직금, 연․월차휴가, 연장․야간근로수당 등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성별에 따른 임금차별로 여성과 남성의 임금비는 62.5:100이다. IMF이후 여직원청소일정표를 작성해 놓은 곳도 있다.
출산시의 의료비용과 임금지급 등 모성보호의 사회보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직장내의 성폭력도 규모가 적은 사업장일수록 빈발하고 구제가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의 조직률은 5.6%로 문제해결이 절대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2. 교육영역
조희주(21세기 진보교육연구소장)
김대중 정권 이후 구조조정을 빌미로 신자유주의 교육이 급격히 전면화됐다. 교육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은 교육재정의 축소, 교육환경의 악화, 정년단축을 필두로 성과급제, 계약직 등으로 나타났다. 이는 교육의 자본종속화를 이루어 교육노동의 ‘창의성’과 ‘자율성’은 철저히 제한당하고 요구되는 업무만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노동의 ‘유연성’에 한정되어졌다. 교사들은 교육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이 됐으며,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구호 속에서 교육은 점점 더 피폐해지고 있다. 신자유주의 교육은 민중의 교육권과 교육의 공공적 원리를 후퇴시키고 교육을 시장논리화 함으로써 그 본질마저 훼손시켜 나가고 있다.
3. 도시빈민 영역
이영남(전국노점상연합 의장)
현 노점상은 IMF형 노점상으로 실업문제와 연계한 노점상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는 ‘노점완화정책’ 등을 선전하며 대시민적 여론을 등에 엎고서 밑으로는 엄중한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단속과정에서 총기가 등장했고 장애인 노점상 전창욱씨가 중화상을 입었으며 올해 1월에는 임신부가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작년 한해 단속건수는 재작년에 비해 178%나 증가했다. 또한 선별단속을 통한 노점상의 개별화, 상인 및 주민과의 마찰 유도를 통한 노점상 고립화 여론작업을 벌였다. 노점상연합에 대한 탄압도 지속돼 전국노점상연합 의장단 및 집행부 5인에게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소환장을 발부했다.
김대중 정권은 개발지역 내 ‘임대주택의무비율제 폐지’ 및 ‘분양가 자율화’등을 통해 주거불안정을 더욱 가속화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토지․주택문제를 야기시켰다. 대표적으로 작년 4월 용산구 도원동에 공권력 1만 명과 철거용역 3천여 명을 투입해 강제철거를 자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마을 주민 백석호씨 등 2명은 전신골절 및 전신 3도 화상을 입었다. 또한 2월에는 안양시 유진상가에 대한 불법철거를 진행, 주민 4명을 구속했다.
4. 보건의료 영역
강동진(평등사회를 위한 민중의료 연합 대표)
김대중 정부는 보건의료개혁의 원칙을 민주적 시장경제로 삼고 국가가 책임의 복지를 방치하는 한편, 자본의 발전을 위한 축척 조건을 창출했다.
정부는 보건의료의 효율성 제고를 주장, 공공의료기관의 구조조정을 감행했다. 구체적인 예로 목포결핵병원의 민간위탁과 국립대학병원 효율화 방안 등이 논의 중이다. 정부는 ‘수익성’에만 관심을 두고 있으며 병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임금삭감과 인원감축, 노동강도 강화, 임시직 도입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력 감축은 의료서비스와 질을 떨어뜨리고 공공의료기관과 민간의료기관의 서비스 격차를 증가시켜 의료제도의 형평성을 더욱 훼손시킬 것이다. 또한 공공의료기관의 민간위탁이나 민영화는 수익성 보장을 위한 서비스 가격의 인상이나 비보험서비스의 확대 등으로 이어져 저소득계층의 건강수준을 악화시킬 것이다.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과 더불어 노동부는 작년 노동부의 산업보건과를 폐지하고 산업안전 감독관을 20% 줄여 산재사고를 유발시켰다. 또한 경제위기를 이유로 산재환자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치료를 제한해, 많은 노동자들이 병원에서 강제퇴원당했고 걸을 수 없는 상태의 노동자가 통원치료 명령을 받기도 했다. 98년 발표된 진폐요양 개선안은 진폐 요양비의 10%이상 감소를 선언해 노동력으로 재생될 가치가 없는 이들을 죽어가도록 방치하고 있다는 비난을 샀다.
5. 인권 영역
박래군(인권운동사랑방 사무국장)
민족민주열사와 의문사 관련한 특별법제정은 여야의 정쟁으로 뒷전으로 밀려났으며, 국가인권위설립도 법무부의 이해에 막혀 난항을 겪고 있다. 양심수 석방은 지난 3․13에는 478명 중 74명을, 8․15에는 455명중 94명을 석방하는데 그쳤으며, 8․15때에는 사상전향제 대신 내심의 자유를 침해한 ‘준법서약서’를 도입했다. 정부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 국가보안법을 강력히 적용, 98년 679명의 양심수 중 55%가 국가보안법위반혐의다. 법원 역시 각종 사건의 재판에서 검찰 손들어주기를 일삼아 국가보안법을 남용했다. 따라서 국가보안법 개폐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도 계속됐다. 또한 보안관찰도 강화됐다. 거대감시․억압체제도 존속돼 인권침해가 발생해, 불심검문은 국가가 국민들을 늘 검사하고 처벌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거듭 확인시켰다. 98년 전화감청 건수는 97년보다 10.6% 증가했다. 무분별한 총기사용으로 사상자가 증가했으며 8월달 동안 51건의 총기사건이 발생했다.
중산층과 서민층의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의 후퇴현상이 매우 심각해졌다. 저성장-고실업의 구조의 정착으로 실업률은 98년 3/4분기에 7.4%에 달했고 소득은 14.9%-5.5%까지 하락했다. 노숙자가 새 사회문제로 대두했고 IMF형 자살자와 이혼율이 급증하는 등 가정의 파괴 현상이 두드려졌다.
80%가 넘는 사업장에서 임금동결 및 삭감, 임금체불이 강요된 반면 노동강도는 강화됐다. 구속,수배 노동자가 5백여 명에 달했고, 아남산업이나 만도기계 등에 경찰력이 투입되어 합법적인 노동자의 파업권마저 유린당했다.
양지마을, 뿌렌나 애육원, 동암재활원, 구생원 등 사회복지시설 내의 인권유린과 비리문제도 계속 사회문제로 떠올랐지만 인권유린 구조를 파헤치지 못한 채 방치됐다.
- 1318호
- 1999-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