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다 토론회, 강도 높은 대안제시
오늘로 사태 발생 1천 일을 맞았지만 정상화의 길을 찾지 못한 ‘에바다 사회복지법인’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에바다 농아원생들의 농성투쟁은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비리와 인권침해, 시설장과 공무원 및 지역토호세력의 유착을 드러낸 전형적인 사례로 거론되어 왔다. 더욱이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장기간의 농성투쟁과 평택과 서울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의 광범위한 지원투쟁에도 불구하고 각종 비리와 인권침해를 자행했던 구 재단측의 영향력이 여전히 그대로 미치고 있어 정상화가 가로막힌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 등 32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에바다 정상화를 위한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가 주최하고, 경기복지시민연대가 주관한 ‘에바다 이렇게 운영하자’는 주제의 토론회가 18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은 “문제의 본질은 시설 설립자가 시설운영비리로 인하여 퇴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실상의 경영권 등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나아가 이들은 에바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설 운영 기본 원칙, 법적․제도적 개선방향 등을 제시했다.
비리설립자의 경영권 장악이 문제
발제에 나선 이인재 교수(한신대 사회복지학과)는 시설 운영의 기본원칙으로 △ 시설 이용자의 인권 보장 △ 시설 운영의 전문성 보장 △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시설 운영 등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시설 장애인들의 자기 결정권을 강화하고, 이용자들의 자치모임의 결성 등을 장려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에바다 문제가 이런 “원칙을 무시한 폐쇄적 운영에서 비롯되었다”면서 지역인사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를 주요한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런 운영위원회를 통한 시설의 개방화에 대해 토론에 나선 심재호 교수(한서대 노인복지학과)는 천안 구생원(현 천안 요양원)에서 운영위원회를 도입한 사례를 제시했다.
구생원은 정신지체장애인 시설로 98년 8월 시설 보조금, 후원금 등을 횡령하여 시설장 등이 구속된 사건이 있었다. 심 교수는 이 사건 직후 천안시, 구생원,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지역사회가 좀 더 관심을 갖고 (시설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사회복지사업법 제36조 제1항에 의거하여 구생원 운영위원회가 제안되었다”고 소개했다. 이는 시설에서 처음으로 운영위원회가 도입된 사례로 운영위원회를 통해 시설 운영사항들이 낱낱이 공개되는 반면, 지역사회가 시설을 지원하게 됨으로써 처음과는 달리 시설측에서도 이를 우호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이 교수는 전했다. 그는 법적인 한계 때문에 심의 기능에 그치고 있는 “운영위원회에 의결권을 주어” 문제를 일으킨 시설 설립자들의 영향력을 분쇄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복지사업법 전면적 개정 절실
한편 ‘에바다 문제 해결을 위한 법적․제도적 개선방향’이란 주제로 토론에 나선 이찬진 변호사는 △ 시설 설립자의 사회복지시설 사유재산화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복지사업법의 맹점 개선 △ 비리로 처벌된 시설 설립자 등이 시설에 복귀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제도적 맹점 개선 △ 지방자치 단체와 시설간의 유착관계의 단절이 에바다 문제 해결방향의 초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시설 비리자들의 임원 승인 취소 및 영구 퇴출과 특별한 관계에 있는 자들의 승인취소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전면적인 사회복지사업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법의 전면 개정을 통해 △ 운영위원회 설치 강제화 △ 시설의 최고의사결정기관인 이사회의 이사 자격에 대한 엄격한 요건 강화 등을 명시하고, “비리설립자 등에 의한 시설비리 및 수용자 인권침해 등의 사건 발생 시 재임 임원들의 전원을 해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토론회에 이어 연대회의는 19일 오전 10시 30분 안국동 느티나무 까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에바다 정상화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입장’을 발표하며 오후에는 종묘 등지에서 시민걷기대회를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