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인권보호 실천다짐대회'를 열고 '국민인권보호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던 것이 지난 10월 23일. 그러나 경찰 수뇌부만의 법석이었을까? 일선 경찰의 모습은 아직도 '인권'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
1일 새벽 1시경 성동경찰서 형사계 보호실에는 폭행 혐의로 연행된 피의자 아무개 씨가 유치되었다. 동네 사람과의 말다툼 끝에 몸싸움을 벌이다 파출소로 연행됐으며, 쌍방 해결을 보지 못해 경찰서로 이송된 피의자였다. 그런데, 이 피의자는 보호실 내에서 한쪽 손목을 수갑에 묶인 채 '대기중'이었다. 담당 경찰관은 "피의자가 욕을 하고 소란을 피워 수갑을 채웠다가 풀어줬는데, 피의자가 다시 '수갑을 채워보라'며 소란을 피웠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반면 피의자는 "경찰관들이 먼저 욕을 하니까 나도 욕을 했을 뿐이며, 난동을 부린 적도 없었다"고 부당함을 주장했다.
어느 쪽 주장이 진실인지는 뒤에 규명한다 하더라도(당일 경찰과 피의자간의 행동은 CCTV로 모두 촬영되어 있다), 이후 경찰이 보여준 태도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새벽 3시경 경찰서를 방문한 기자는 피의자와의 면회를 요청했다. 면회사유로 "피의자를 진정시키고 조사에 잘 협조하도록 설득해 보겠다"는 이야기를 전달했다. 그러나, 경찰은 거듭되는 면회요청를 계속 묵살하던 끝에 "지금은 조사대기중이니 면회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으로 일축해 버렸다. 이어 한다는 소리가 "조사가 진행중이어도 면회가 안 되고, 조사 대기중이어도 면회가 안 된다"는 해괴한 원칙이었다.
경찰청은 앞서 '인권보호 다짐대회'에서도 "피의자의 검거․연행 때부터 가족과 변호인의 접견을 보장"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물론, 이러한 방침은 '다짐대회' 이전에도 숱하게 발표된 바 있다.
곡절 끝에 면회는 허용됐다. 면회를 마칠 즈음 담당경찰관이 내뱉은 한 마디. "인권은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한테나 있는 거다." 한심스런 일선 경찰관의 인권의식이 너무 적나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