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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조작간첩단 사건’, 다시 재심개시 결정

95년 대법원 파기환송 사건, 새로운 사실 제출


대법원이 1․2심의 결정을 파기환송, 재심이 무산됐던 신귀영 씨 등 ‘간첩단 사건’에 대해 지방법원이 또 다시 재심개시 결정을 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부산지방법원 제4형사부(재판장 서복현 부장판사)는 지난 8월 31일 신귀영, 신춘석, 서성칠 씨 간첩단 사건의 판결에 대한 재심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 제420조의 2호 ‘원판결에 증거된 증언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위증인 것이 증명된 때’ △형사소송법 제422조 ‘확정판결에 대신하는 증명’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어 형사소송법 제435조 제1항에 의해” 재심개시 결정을 내렸다.

한편 부산지검은 지난 3일 “재심청구인의 재심청구 사유가 법에 규정된 재심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부산지법에 즉시항고장을 제출했다.

95년 11월 14일 대법원은 “새로 제출된 재일교포 신수영 씨의 진술서만으로는 무죄를 인정
할만한 명백한 증거라고 볼 수 없고, 신 씨 등이 주장한 관련 경찰관들의 고문, 감금행위도 별도의 확정판결이 없어 재심이유가 되지 않는다”며, 1․2심에서 받아들인 재심결정을 파기환송한 바 있다.

이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문재인 변호사는 “이번에는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신 씨 등이 법정에 나와 증언한 것을 새로운 사실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신귀영 씨 등은 70년대부터 80년대 초까지 ‘조총련 간부이자 형인 신수영 씨의 지시에 따라 부산의 주요 군사시설을 촬영한 필름을 건네주는 등 간첩행위를 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대법원에서 10~15년형의 확정판결을 받은 뒤, 신귀영 씨와 신춘석 씨는 95년 6월, 90년에 각각 만기출소했고 서 씨는 지난 90년 대구교도소에서 숨졌다.

신 씨 등은 94년 11월 16일 “당시 수사기관은 신수영 씨가 62년부터 80년까지 동생인 신귀영, 사촌제매인 서성칠, 5촌 당숙 신춘석, 신복영 씨 등 4명을 포섭, 미군 하이야리아부대 후문 전경과 군수사 전경 등 주요 군사시설 등을 카메라로 찍어 필름을 건네주는 등 간첩활동을 했다며 구속기소했으나, 이는 경찰이 구속영장 없이 40~70일이나 불법감금하고 온갖 고문으로 조작한 사건”이라며 재심을 청구했다. 당시 재심청구에서 청구인들이 재판부에 새로 제출한 증거는 “신귀영 씨의 형 수영 씨가 조총련 간부가 아니어서 ‘피고인들에게 지령을 내릴만한 지위가 아니었다’는 수영 씨의 진술서”였다.

천주교인권위원회(위원장 김형태)는 “억울함을 주장하는 신귀영 씨 일가의 사건을 접수하여 조사한 결과 80년 당시 공소장에 기재된 혐의내용이 사실과 다르고, 원판결의 증거로 채택된 증인들의 증언이 허위라는 것을 밝혀냈”다며, “형이 확정된 사건이라도 수사당국의 불법연행, 감금, 고문 등으로 조작되고 당사자들이 그 증거들을 제시한다면 재심을 통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재판부의 의지가 반영된 재심개시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