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과정에서 수사관들은 거칠고 위협적인 언행과 행동, 눈빛으로 공포감을 조성했다. 이미 우리의 신분(천주교 수녀)을 알고서도 재차 묻는 수사관들의 말투에서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 우리가 배정 받은 유치장의 화장실은 낮은 칸막이로 되어 있어서 철창 밖의 감시자가 다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도저히 사용할 수 없었다." 민영미, 최승경 수녀가 지난 5월 14일 소파개정을 위한 집회도중 연행돼 종암경찰서에서 겪은 일이다.
"구로경찰서 수사관들은 여성 조합원에게 마치 큰 죄를 진 사람처럼 크게 윽박 지르며 서로 말도 못하게 했다. 유치장에 들어갈 때 여자경찰을 불러 온 몸을 만지고, 브래지어와 팬티까지 벗기며 양팔을 벌리고 몸 수색을 철저히 하고 나서 생리중인 여성이 피를 흘리는데도 발가벗긴 채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적으로 시켜 참기 힘든 수치심과 모멸감을 받았다." 4월 2일 시그네틱스 여성 노조원들이 평화시위를 하던 도중 구로경찰서로 연행돼 겪은 일이다.
이렇듯 최근 합법적인 집회에 공권력이 과도하게 남용되는 것을 고발하며 책임자 징계를 요구하는 운동이 종교․여성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11일 11시 천주교여성공동체, 시그네틱스 노동조합, 여성민우회 등 24개 종교․사회․여성단체들은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여성인권 짓밟은 공권력 오남용 근절을 위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천주교여성공동체 신미영 씨는 "최근 여성에 대한 경찰의 공권력 행사가 자의적 판단에 의해 오남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 씨는 "경찰은 합법적이고 평화로운 집회에 경찰력을 투입하여 집회 참석자들을 강제로 연행했고, 조사 과정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되지도 않은 사람들을 반인도적이고 굴욕적으로 대우했다"고 밝혔다. 특히 알몸수색의 경우, 최소한도의 범위 내에서 수용자의 명예나 수치심을 포함한 기본권이 부당하게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충분히 배려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에도 부합하지 않았다.
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찰의 여성인권침해 시비가 일었던 종로․구로․종암․의정부 경찰서장의 사과와 사퇴를 촉구했으며 사이버 시위, 항의방문을 통해 경찰의 인권침해 사례를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대책위는 앞으로 경찰의 여성인권 침해 관련, △고발운동 △책임자 징계조치 △제도적 장치와 법령 정비 △피해자에 대한 배상 등을 촉구하기로 했다.
한편, 오후 1시부터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진행된 '여성인권 회복을 위한 기원제'는 5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문화행사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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