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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의문사규명위, 삼청교육대 조사 검토

"국가 차원 진상규명의 출발점 만들어야"

제5공화국 초기 대표적 인권침해 사례로 꼽히는 삼청교육대에 대해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 아래 의문사규명위)가 정부 차원에선 처음으로 진상조사 착수를 검토 중이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의문사규명위 관계자는 31일 "녹화사업 진상규명을 위해 전두환 전 대통령을 상대로 조사를 할 때 삼청교육대에 대해서도 같이 조사하는 것을 검토" 중이고 "3일 회의에서 조사의 실시 여부부터 조사 내용과 범위, 방법 등까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청교육은 80년 8월 4일 국가보위비상대책위 전두환 상임위원장의 '사회악 일소 특별조치' 발표와 이희성 계엄사령관의 '계엄포고령 13호' 발표에 이어 '삼청5호 계획'이란 이름 아래 진행됐다. 이때 검거된 사람은 모두 6만 명이 넘었고, 그 중 3만9천7백86명이 25개 군부대에 분산 수용돼 이른바 '순화교육'을 받았다. 또한 불법 체포와 구금, 강제노역과 구타, 살인 등 극심한 인권침해로 부대 내 사망자 52명, 후유증으로 인한 사망자 3백97명, 정신장애 등의 피해를 겪는 상해자가 2천6백78명(국방부 공식발표)에 이른다. 그러나 이에 대해 88년 국방부에서 피해신고를 접수받았을 뿐, 정부 차원의 본격적인 진상규명과 피해보상은 지금껏 이뤄진 적이 없다.

의문사규명위 관계자는 "조사에 착수한다면, 당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이었던 전 전 대통령에 삼청교육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또 어떻게 지시하고 실행했는지 등을 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전 전 대통령이 과연 조사에 응할 지 여부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만약 조사에 응하지 않더라도, 최대한 전 전 대통령이 당시 삼청교육이란 잔혹한 인권유린에 대해 책임이 있음을 국민에게 공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의문사규명위는 현재 삼청교육대에서 사망한 피해자 중 전정배 씨에 대한 직권조사를 진행 중이다. 전정배 씨는 80년 8월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육군 5사단 36연대에서 교육을 받던 중 81년 6월 20일 감호생 집단 소요 당시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의문사규명위 관계자는 "앞으로 자료 및 관련자 조사를 해 왜 전 씨가 삼청교육대에 끌려갔는지, 어떻게 죽었는지 등을 밝혀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청교육대에 대한 전반적 배경조사도 목표로 두고 있지만, 시간적 한계 때문에 과연 어디까지 조사가 진척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밝혔다. 의문사규명위의 조사 시한은 9월 16일까지다.

이에 대해 인권운동사랑방 이창조 씨는 "진작에 국가가 삼청교육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묻고 피해를 보상하는 조처를 취했어야 했다"라며 "의문사진상규명위에 주어진 시간과 권한 상의 한계로 충분한 조사는 어려울 수도 있지만, 부족함이 있더라도 국가기관이 나서서 삼청교육의 진상을 규명하는 출발점을 만든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