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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대전 용두동 철거민들의 목숨 건 노숙투쟁

대부분 갈 곳 없는 노인들, 구청이 거리로 내몰아

대전시 중구청 앞에선 강제철거당한 용두동 주민 42세대 중 35명이 "용두동 주민의 정주권 보장"을 요구하며, 31일로 1백5일째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대부분 여성이며 연령도 60∼70대가 많아 추위와 병·생계곤란 등으로 목숨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대전지역철거민공동대책위원회 김종웅 집행위원장은 "철거하기 전에 중구청과 주택공사는 주민의 동의를 얻기 위해 개발 동의서를 마치 인구조사 설문지인 것처럼 꾸며 서명하도록 했다"고 한다. 중구청은 이렇게 모은 동의서를 기반으로 사업지구를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중구청은 대지보상가를 평당 1백12만3천원으로 정했고 대부분 10평 내외의 좁은 집에서 살던 주민들은 새로 살 곳을 마련할 수 없을 정도의 적은 보상액만을 받게 됐다. 이에 주민들은 토지보상 대신 자신이 살고있던 건평의 아파트를 특별공급하고 더 큰 아파트를 원할 땐 추가되는 평수에 대해 건설원가에 공급하라는 요구를 했다. 그러나 중구청과 주택공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두 번의 형식적 공청회를 실시한 후 지난 3월 21일부터 행정대집행, 곧 강제철거를 시작했다.

이후 중구청은 용역깡패를 동원, 수차례에 걸쳐 철거와 위협을 감행했고 지난 7월 18일 마지막 남아있던 집들마저 완전히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 2명은 공무집행방해죄로 구속됐다. 철거 후 구청 측은 가수용단지라며 콘테이너 박스 3개를 마련해줬지만, 42세대의 주민이 들어가기엔 턱없이 좁다. 지난 9월 6일 주민들은 시장과의 면담에서 "가수용단지 문제는 내가 장담하고 해결해주겠다"는 구두약속을 받아냈으나 달라진 것은 없었다.

철거민들은 △구속된 주민 2명 석방 △용역깡패를 동원하고 주민와해공작을 행한 책임자 구속 △주민들이 원하는 방식의 보상과 강제철거에 대한 피해 배상 △개발동의 절차의 투명성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에 대해 중구청 측은 "우린 해줄 것은 다 해줬다"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철거민 중 한 할머니는 "다른 남자 팬티까지 빨아주며 모은 돈으로 산 집인데, 고스란히 빼앗겼다. 지금은 생계도 막막하다. 거기다 추위는 몰려오는데 다들 노인들이라… 지금 몸 성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이대로 노숙이 장기화될 경우 철거민들의 건강이 크게 악화될 우려가 있다. 그러나 용두동철거민대책위 임시대표 이옥희 씨는 "대부분 아프긴 하지만, 오히려 젊은 사람들보다 나이든 분들이 더 열성적"이라며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