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 영석고 손 들어줘…학교도 헌법 준수해야
최근 경기도교육청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학생을 불합격 처리한 학교측의 행위가 정당하다는 결정을 내놓은 사실이 밝혀져 학생의 인권을 보장해야 할 책임을 저버렸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지난 12월 경기도 의정부시에 소재한 영석고등학교에 응시원서를 넣은 중3학생 박모 씨는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관련기사 본지 2003년 12월 24일자> 박 씨는 응시원서에 "전 여호와의 증인이기 때문에 국민의례를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을 이해해 주세요"라고 정중히 적어 넣었으나, 학교측이 "국가, 사회, 학교의 기본 정신에 위배되는 사상이나 특수종교를 가진 학생은 불합격"시킨다는 내부 면접기준을 들어 종교적 신념에 따라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할 수 없다는 박 씨를 불합격 처리한 것이다.
이후 '종교의 자유' 침해라는 경기도 지역 단체들의 비판 성명이 발표되고 몇몇 언론에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힘입어 포기하려던 박 씨의 어머니는 경기도교육청에 진정을 넣었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도 교육청이 학교측의 손을 들어주는 결정을 내놓은 것.
도교육청은 이달 초 박 씨의 어머니에게 보낸 '민원처리 결과' 회신에서 학교측의 불합격 결정은 "학교장의 학생 선발권의 행사"라고 못박았다. 국가주의가 최고조에 달했던 유신독재시대의 케케묵은 대법원 판례(1976년)를 근거로 제시하는 한편, "학생이 국민의례를 거부하는 것은 …학칙이나 학교의 제반 규정을 포함하여 학교의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학교측을 감싼 것이다. 결국 박 씨는 포천시의 한 고등학교에 다시 응시를 해야 했고, 가족들은 포천으로 삶터까지 옮겨야 할 형편이다.
이에 대해 전교조 경기지부 심우근 부지부장은 "교육관료들이 학생 인권의 차원이 아니라 학교장의 입장에서만 문제를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전형적 결정"이라며 헌법에 위배되는 면접기준을 바로잡지 않고 도리어 학교측의 손을 들어준 도교육청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처럼 이번 사건은 '학교재량'이라는 이름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과 국제인권원칙에 위배되는 학교규정이 허용되어 온 오랜 관행을 어떻게 일소할 수 있는가라는 어려운 과제를 다시금 환기시킨다. 나아가 '건전한 국가관 형성'이라는 명분 하에 국민에게 '국가에 대한 충성'을 표현할 것을 강제하고 국가주의를 내면화하도록 만드는 국민의례를 과연 정당한 '교육과정'으로 받아들이고 따라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근본적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모두를 위한 자유와 정의가 보장되지 않는 한, 충성의 맹세는 애국심을 고취시키려는 위선적인 선언"에 불과하다며 국기에 대한 충성의 맹세를 거부했던 12세 미국 소년의 용기에 비해 우리 사회의 모습은 너무도 초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