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성 산업의 쇠사슬에서 착취당하던 여성들이 한 연쇄 살인범에 의해 하나둘씩 죽어갔음이 밝혀졌다. 희대의 살인마가 끔찍한 살인을 저질렀다고 야단법석이지만, 고통의 숨소리를 내쉬며 사라져 갔을 피해 여성들은 놀라우리만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죽어서도 방치된 사라진 여성들의 비통한 상황은 여성들을 표적으로 한 이 연쇄살인의 공모자가 과연 누구일까 자문하게 만든다.

여성에 대한 폭력이 용납·추앙되는 사회에서 성매매 피해 여성들에게 가해진 명백한 범죄 행위는 시공간을 불문하고 외모·연령과 상관없이 대다수 여성들에게 손을 뻗치는 일상적인 성폭력의 스펙트럼 내에 자리한다. 8월 인권영화 정기 상영회 '반딧불'에서는 여성들이 시시각각 느끼는 범죄의 공포를 여성의 목소리로 표현하고, 아울러 '피해자 유발론'을 들먹이며 여성들의 입을 막으려는 시도에 반대하는 저항의 목소리에 주목하고자 한다.

8월 반딧불의 상영작 <사라진 여성들>은 다국적 기업, 멕시코 정부와 거대한 마약 밀매 조직의 묵인과 승인 아래, 1993년 이래로 250여 명의 여성들이 실종·살해된 멕시코 마낄라도라 지역을 조명한다. 미국과의 접경지이기도 한 마낄라도라 지역에서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던 젊은 여성 노동자들은 차례로 사라지고, 유기 된 시체만이 황폐한 흙먼지에 덮인 채 돌아온다. 사회적으로 '저임금의 미숙련 노동자', '알아서 몸조심을 해야 할 여자'에 불과한 이들의 죽음은 풀리지 않는 숱한 의문들만을 남긴 채, 여전히 규명되지 못하고 있다. 감독은 다국적 기업의 탐욕, '가치 없는 죽음'에 수수방관하는 멕시코 정부, 빈번한 마약 거래가 발하는 은밀한 공기가 어우러진 이 음울한 공간을 형상화하며, 수백 명 멕시코 여성들의 고통을 전이시키고 악몽과 같은 현실을 고발한다.

영화의 상영이 끝난 후에는 범죄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했을 때 여성들이 느끼게 되는 분노와 공포의 심정을 종이를 통해 표현하면서 소박하나마 치유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또한 한국성폭력상담소 권김현영 씨를 초대하여, 일상적으로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여성들의 현주소를 알아보고,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

△때 : 8월 28일(토) 오후 3시
△곳 :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대강의실
△문의 : 02)741-2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