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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보호'는커녕 차별 부르는 비정규직 입법안

노동부, "기업에게 부담 가는 법" … 사용자보다 한 술 더 떠

비정규직 확대를 주 골자로 하고 있는 정부의 비정규직 관련 입법안(아래 입법안)에 대해 노동·사회단체들의 비판이 뜨겁다.

24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 강당에서는 비정규노동자 기본권보장과 차별철폐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주최로 지난 10일 정부가 입법예고한 입법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입법안이 정규직 노동자의 비정규직화까지 낳아 결과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상'으로, 정규직 노동자를 '예외'로 만드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우선 기간제 법안의 경우 기간제 노동 계약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연장 기간제 노동의 사용사유제한방식의 포기 등이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에 민변 김선수 변호사는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치 계약기간이 늘어난 것이 기간제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계약 만료 후 정규직화에 대해 보장하는 명확한 규정도 없어 노동권 침해만 장기화되고, 3년 전에 계약 종료를 할 수 있어 고용 불안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파견법안 역시 사실상 파견대상업무을 전면 허용해 불법파견과 위장도급을 합법화하는 법이라고 노동자들은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민주노총 주진우 비정규사업실장은 "불법파견 시에 직접고용의무조항, 노동법에서 사용사업주의 책임강화가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배제하였다"며 중간착취의 가능성이 상존하고, 노동조합의 설립이 어려운 파견법을 폐지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동부 엄현택 근로기준국장은 이번 입법안이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처우 금지 방안"이라며 "차별금지 및 시정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도리어 기업에 부담이 가는 법안"이라고 강변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정부가 강조하는 차별금지 및 시정의 내용은 "차별로 인정받기까지 복잡한 단서조항을 달아 놓았을 뿐 아니라, 차별로 인정되더라도 실제 이행이 되기까지 2년 이상이 걸리는 등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조영숙 사무총장도 "여성노동자 중 이미 70% 이상이 비정규직이고, 정리해고, 비정규직화에서도 '여성 우선'이라는 관행으로 볼 때, 이 법안은 성차별적 노동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엄 국장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여건을 대폭 개선하면 기업이 어떻게 인력운용을 하겠느냐"며 재계의 입장을 노골적으로 대변했다. 이에 전국건설노조의 박대규 위원장은 "노동부가 사용자냐"고 반문, "노동자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것이 노동부의 임무"라고 반박했다.

앞으로 노동계는 10월 10일 전국비정규노동자 대회를 시작으로 총력 투쟁을 벌여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