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형사절차상 인권침해 연구발표
“장애인인 누나가 폭행당해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 거꾸로 누나가 곤란을 겪어야만 했습니다”지난 26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아래 연구소)의 '형사절차상 여성장애인 인권실태 및 인권증진방안 연구결과발표회'에서 홍영선 씨는 폭행과 협박을 당하고 있는 정신지체 장애인 누나가 경찰조사과정에서 겪은 고통을 이같이 말한다. 연구소는 9개월 동안 피의자 또는 피해자 신분의 여성장애인 31명을 직접 면담해 형사절차에서 드러나는 장애여
성의 인권침해를 전반적으로 분석했다. 연구는 곽노현 방송대 법학과 교수를 비롯해 6명의 연구원들이 9개월 동안 진행했다.
이은미 공동연구원은 "형사절차상에 있어 '여성'과 '장애인'이라는 특성에 주의하지 않으며 무관심을 드러내 이들에 대한 차별과 홀대가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체포나 구금 과정에서 오는 피의자에 대한 인권침해는 비장애인들에게도 나타난다. 하지만 여성장애인의 경우 의사소통 등에 있어 배려가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흔히 비장애인과 같은 취급된다. 사례로 제시된 '미란다 원칙 미고지', '영장 없는 임의동행' 등은 비장애인들도 겪는 인권침해이지만 여성장애인들은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을뿐더러 사회적으로 이미 차별로 인해 위축되어 있기 때문에 더 심각한 권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경찰조사 과정에서 인권침해 또한 심각하다. 장애별 특성에 따라 보조인 및 다른 장치(점자, 수화통역 등)들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조사과정에서 고려되지 않았다. 의사소통이 불충분하기 때문에 생기는 불이익은 피해자나 피의자가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한 쪽 눈 실명' 등 눈에 띄지 않지만 특수한 장애의 경우는 인권침해를 더 많이 당한다는 것이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시설 면에서도 철저하게 비장애인, 남성 중심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여성장애인들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신이 마비된 상태에서 혈액순환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난방 또는 제대로 된 위생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은 곳에 무리하게 수용을 하거나, 남자 수사관들이 보고 들을 수 있는 구조에서 화장실을 이용하면서 여성으로서 불편함과 수치심 또한 느껴야 했다. 더군다나 하반신 장애가 있는 경우 비장애인 중심으로 만들어진 화장실을 이용하기가 매우 불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실태분석내용을 기초로 여성장애인 인권증진방안이 다양한 각도에서 제시되었는데, 고영신 변호사는 "가장 최우선적으로 수사기관 및 법원이 여성장애인의 특성에 대한 이해 및 의식전환이 필요하며 절차상이나 제도적으로도 여성수사관을 확충하는 등의 개선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한국외대 법학과 이호중 교수는 "휠체어를 교도소에서 쓸 수 없는 현실을 비롯하여 구금시설 내의 여성장애인을 위한 시설은 인권의 측면에서 볼 때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며 구치소나 경찰서 유치장 시설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제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운동사랑방의 박래군 상임활동가는 "모든 경찰을 대상으로 한 교육으로 인권의식을 키우는 한편, 단기적으로는 여성장애인을 전문적으로 맡을 수 있는 전담반 구성이 시급하다"고 밝히며 "이번 조사가 중요한 출발이 되었으나 형사절차 상 불거지는 모든 문제를 열거하고 있어 여성장애인으로 특화된 연구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