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1일 치러지는 19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923명이 후보 등록을 해 3.8: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923명 중 눈에 띄는 전직 경찰 2명이 있었으니 바로 허준영, 김석기다. 각각 여의도 농민 시위진압과 용산 철거민 농성 진압 과정에서 여러 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찰 책임자였다. 국민의 생명을 앗아간 경찰폭력에 대해 아직도 정당한 공권력 운운하는 그들을 이대로 두고 볼 수 없어 기획했다.
용산을 제대로 기억하기 위한 싸움
2009년 1월 20일, 용산 남일당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잊지 못하고 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수많은 경찰병력이 건물 하나를 둘러싸고, 물대포를 수 시간째 쏘고 있었던 그 곳에, 경찰특공대가 진입하고 얼마 안 있어 화염이 치솟았다. 철거민들은 '여기 사람이 있다'고 외치면서 쓰러져갔고, 불길을 피해 건물 아래로 투신했다. 도심 재개발이라는 자본의 오래된 복마전이 끔찍한 국가폭력으로 재현되는 순간이었다. 그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강제철거에 맞서 싸우다 죽고 다쳤지만, 그 날 용산에서처럼 망루에 올라간 지 하루 만에 대화나 협상 한 번 없이 경찰에 의해 죽임을 당한 적은 없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있었다. 당시 현장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경찰 특공대 투입을 직접 결정한 게 김석기였다. 참사 이후 법정에 보낸 답변서에서 특공대 투입 후 무전기를 꺼놨다는 황당한 답을 했던 그 사람 말이다.
갓 3년이 지난 지금, 김석기는 너무나 당당하게 정당한 공권력의 집행자를 자처하며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3년 전 그 날을 아련한 몇몇 장면으로만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김석기가 기억투쟁을 시작한 것이다. 고향인 경주에 새누리당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하자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며 이렇게 말한다. "이번 공천 탈락 원인이 용산사고 책임론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새누리당 주요 당직자가 저에게 '용산 문제 때문에 공천을 줄 수 없다'고 직접 이야기했다. 경찰이 나라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정당한 법 집행을 한 건데, 그 탓에 공천을 줄 수 없다고 하면 대다수 국민은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용산 책임론에 따른 후보 사퇴는커녕, 경주 선거 승리로 용산 진압이 정당했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는 호기까지 느껴진다. 그래서 경주 선거는 단지 부도덕하고 뻔뻔한 후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용산을 제대로 기억하기 위한 싸움이다.
철거민은 집으로! 김석기는 감옥으로!
김석기가 오사카에서 잠시 쉬었다가 돌아와 국회에 입성하겠다고 하는 지금, 그날 망루에서 겨우 죽음을 모면한 철거민 8명은 아직도 감옥에 수감돼 있다. 오로지 살고 싶어서 망루에 올라갔던 평범한 사람들은 결국 죽어서 내려오고, 감옥에 갇혔다. 김석기는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사퇴하면서 "극렬한 불법폭력행위에 대한 경찰의 정당한 공권력 행사과정에서 발생한 예기치 못한 사고였습니다"라고 말했지만, 국가인권위는 서울고등법원에 당시 경찰권 행사는 경찰이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잉조치였다는 의견서를 제출한다. 하지만 법원은 경찰의 책임은 묻지 않고, 오로지 철거민들에게 그날 농성의 책임을 물었다. 그 덕에 김석기가 유유히 오사카 총영사를 거쳐 국회의원 후보로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용산참사와 같은 명백한 경찰 과잉진압에 대한 불처벌은 김석기의 다음과 같은 발언도 가능케 한다. “미국 경찰에게 수도 워싱턴 안에서 건물을 점거하고 화염병을 던지는 상황이 벌어졌다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답변은 아주 심플했다. 발포했을 것이라고 했다.”(2010.3.22 조선일보 인터뷰) 이런 황당한 말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면 낙선을 넘어 지금이라도 김석기를 감옥으로 보내야 한다.